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그곳에 가면 - 군포 초막골생태공원 본문

풍경

그곳에 가면 - 군포 초막골생태공원

자유인。 2023. 6. 12. 19:52

 

나는 결혼 이후 내가 사는 지역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 중에서 신혼생활 10년 가까이는 군포라는 도시에서 살았다.

그 당시 군포는 지금처럼 독립된 지자체가 아닌, 경기도 시흥군 소속의 읍 단위 소도시였다.

그곳에서 내 아이들이 모두 태어났고, 산본 신도시의 건설 과정도 처음부터 쭉 지켜보았다

아들이 태어났던 병원은 몇 차례나 상호를 바꿔 영업을 이어가고 있고,

딸이 태어난 병원은 오래 전 사라지고, 그 자리엔 번듯한 현대식 고층 건물이 들어섰다.

요즘처럼 정수기가 없던 때여서 이른 아침이면 배낭에 플라스틱 물통을 지고

바로 뒤 수리산 약수터까지 바쁜 걸음으로 달려가 약수를 한 통씩 길어다 놓고 출근하기도 했었다.

지금은 바로 옆 다른 도시에서 살고 있지만 우리 가정의

역사가 처음 시작된 곳이어서 나로서는 어느 도시보다 소회가 남다른 지역이다.

요즘도 바람을 쐬고 싶을 땐 가끔씩 수리산 둘레길를 걷곤 한다.

4호선 대야미역에서 내려 철쭉동산이 있는 산본 8단지까지 이어지는 길은

산책로로는 그만이어서 내가 종종 애용하는 코스이다.

어느 날 수리산을 산책하던 도중 철쭉동산 거의 다다를

즈음에 왼쪽 방면으로 '초막골생태공원'이란 낯선 팻말이 보였다.

이후 다른 일정이 있어 '저런 곳도 있었구나' 정도로만 여기고 그냥 지나쳤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번 들러보아야겠다는 생각만 하면서.

그로부터 몇 개월이 지나 아내와 답사를 겸해 들러 보았다.

'왜 여태 이런 곳을 모르고 살았을까' 싶을 만큼 더없이 멋지고도 훌륭한 공원이었다.

역사를 보니 2016년 7월에 개장하였음에도 지금껏 등잔 밑이 어두웠던 것이다.

오래 전 어느 책에서 읽었던 대목이 생각난다.

문화재청 수장을 지낸 유홍준 교수가 지은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에 나오는 내용이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초막골생태공원은 나에게 그런 곳이었다.

가까이 있다는 이유로 내 가족의 소중함을 모르듯,

언제든 들를 수 있다는 핑계로 내 주변은 무시한 채 멀리만 추구하는 것이 우리네 현실이다.

하지만 가까운 곳도 애써 계획하지 않으면 기회란 영영 없을 수도

있음을 더 늦기 전에 곰곰이 새겨볼 일이다.

'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곳에 가면 (1) - 고향 나들이  (1) 2023.06.26
그곳에 가면 - 서울 서촌  (1) 2023.06.14
그곳에 가면 - 경기 시흥  (2) 2023.02.07
이런 자신감  (3) 2022.12.19
그곳에 가면 - 경북대학교의 가을  (6) 2022.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