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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면 - 경기 시흥 본문
경기도 시흥이란 곳에 몇 년을 머문 적이 있다.
가기 전까지만 해도 도시 이름도 낯선 데다 어디 있는지조차 몰랐던 미지의 세계였다.
집들이한답시고 놀러왔던 친구들이 베란다를 내다보며 하는 말 - '경치는 참 좋다!'.
'경치도 좋다'가 아닌 '경치는 좋다'였다.
내 딴은 성장기 아이들에게 시골의 기억을 심어 주고 싶은 심산이었지만
도시 생활에만 익숙했던 가족의 생각은 달랐다. '왜 이런 데 이사를 왔느냐'는 민원에 시달리다 못해,
결국 아이들의 상급 학교 진학을 앞두고 지금 사는 동네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그 덕분에 나로서는 소중한 인생의 놀이터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직접 살아보지 않았으면 그곳 사정을 속속들이 알 수가 없을 것이었기 때문이다.
집에서 멀지 않은 데다, 내가 나고 자란 시골 농촌의 환경을 고스란히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더욱 긍정적인 것은 사진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이만한 출사 장소가 없다는 사실이다.
자연과 더불어 시시각각 변하는 계절의 변화를 가까이서 직접 살필 수 있는 데다,
유유자적 걷기에도 그만이다. 마치 고향을 찾듯,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카메라를 벗삼아 길을 나서곤 한다.
돌아보면 지금껏 찍은 사진 중 그나마 내 눈에 들어왔던 몇 장의 사진들은
대부분 집에서 멀지 않고, 내가 잘 아는 장소에서 담은 것들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시흥은 그런 곳 중의 하나였다.
더 나은 사진을 추구해 보겠다며 비용과 시간을 들여 먼 곳을 다녀보기도 했지만,
요란하기만 했을 뿐 정작 거기에서 건진 결과물은 별로 없었다.
비단 사진뿐이랴. 우리네 인생 또한 그와 조금도 다르지 않을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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