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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비 내리는 호조벌

자유인。 2023. 7. 14. 17:40

오랜만에 비다운 비가 내리고 있다.

최근 몇 년 간 여름이면 심한 가뭄에 시달리곤 했었는데 올해는 벌써부터 비가 꽤 잦은 편이다.

 

 

여기는 경기도 시흥에 있는 호조벌이라고 하는 들판이다.

기록에 의하면 지금으로부터 300여 년 전(1721) 조선 경종 임금 때

재정 충당과 백성의 구휼을 위해 150만 평에 이르는 갯벌을 메워 농토로 만들었다고 한다.

 

지금이야 좋은 장비가 많아 무슨 작업이든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지만,

그 당시는 사람의 힘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었을 텐데 어떻게 150만 평에 이르는

거대한 면적의 간척 사업을 완성할 수 있었는지 참으로 불가사의하다.

 

호조벌은 사진을 좋아하는 내가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찾곤 하는 곳이다.

이곳을 알게 된 지는 대략 25~6년쯤 되는데, 여기에서 공모전 출품작을 비롯해서 참 많은 사진을 찍었다.

 

농촌 출신인 나로서는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고향의 정서도 느낄 수 있고,

탁 트인 대자연도 만끽할 수 있어 어느 곳보다 자주 찾게 된다.

 

시흥시는 여느 지자체와 달리 도시의 중심이 한 곳에 모여 있지 않고 여러 곳으로 띄엄띄엄 흩어져 있다.

이런 형태의 도시를 '산개散開도시'라 부른다고 학교 때 배웠던 기억이 난다

(의왕시가 이와 비슷하다).

 

시흥시는 가 볼 만한 곳이 참 많은데도 의외로 일부만 알려져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의 관심 부족인지, 아니면 지자체의 홍보 문제에 기인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시흥시의 가장 큰 장점은 도시와 농촌뿐만 아니라,

어촌의 풍경까지 동시에 다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그나마 많이 알려진 곳 중 하나가 시흥 연꽃테마파크라는 곳이다.

다른 지역 연꽃 단지와의 차이점이라면 연못 대신에 논을 이용해 연을 재배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관곡지란 이름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

관곡지는 연꽃테마파크 근처에 있는 연못을 이르는 말로, 조선시대 명신이자 농학자인

강희맹 선생이 명나라를 다녀오면서 연의 씨를 가져와 이 인근에서

처음으로 연 재배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꽃이 피는 시기는 대체로 7월에서 8월 중, 하순으로 알려져 있지만,

내 기억에 이곳 테마파크의 경우에는 7월이 절정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때쯤이면 카메라를 든 사진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대중교통으로는 접근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점이다.

 

 

얼마 전 MBN에서 방송된 '강석우의 종점여행'에 시흥시 편이 소개된 바 있다.

통상적으로 사진 찍는 이들은 비 오는 날은 피하는 경향이 있는데(카메라에 물이 들어갈까 봐)

그 점만 빼면 맑은 날보다는 오늘 같은 날이 한결 분위기가 있어 좋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