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새롭게 만나는 세상 본문
오랜 직장 생활을 마감하고 자유를 얻고 난 뒤부터
이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진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요일 개념에서 자유로워졌다는 점이다.
직장인이면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이 있다.
금요일 저녁이 되면 날아갈 것 같다가도 일요일 저녁이 오면
까닭 모르게 우울해지는 증상이 그것이다.
금요일이면 퇴근 후 목말랐던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지만,
일요일 저녁이 되면 다음날부터 다시 고달픈 한 주를 시작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다
(흔히들 이것을 월요병이라고 한다).
그래서 젊은이들은 하루가 가는 게 더없이 아깝다는 생각에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은 가능하면 조금이라도 더 늦게까지 해방감을 즐기고 싶어 한다.
주말이면 가게마다, 거리마다 청춘들이 넘쳐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이런 증상이 직장인들만의 전유물인 줄 알았더니
의사를 비롯한 다른 직업인들에게도 다들 비슷하게 나타나는 모양이다.
그러고 보면 일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은 별로 없나 보다.
다른 또 하나는 한낮 풍경이다.
현직에 있을 때만 해도 아침에 나갔다가 저녁이 되어야 들어오는
삶이 반복되다 보니 내가 사는 동네의 낮 풍경을 살필 기회가 거의 없었다.
자유인이 된 후 전에 못 본 풍경들이 하나 둘씩 눈에 들어온다.
우선, 전업주부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점이 눈에 띈다.
요즘에는 대부분의 가정이 맞벌이인 경우가 많아 낮에 동네를 지키는 이들은
중장년층이 대부분일 거라 생각했는데, 어린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거나
데려오는 젊은 주부들의 모습이 꽤 많이 보인다.
또 다른 풍경은 대형 할인매장(outlet)에서 만날 수 있다.
평일임에도 갈 때마다 주차장에 빈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 놀란다.
매장 안 풍경만 보면 주말인지 평일인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중장년층이 주류를 이루지만 젊은 층도 만만치 않다.
우리 사회에 시간이 자유로운 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방증일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이에게 자유가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것을 누릴 줄 아는 이들에겐 더없이 긍정적인 환경이겠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에겐 말할 수 없는 고통으로 작용할 수도 있기 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