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여름이면 생각나는 음식 본문
먹방도 넘쳐나고 맛집을 소재로 한 블로그도 봇물을 이루는 요즘이다.
어디 여행을 가면 가장 먼저 참고를 하는 것도 바로 그들이다.
SNS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맛집 검색'이란 단어는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다.
그냥 길을 가다 배고프면 눈에 띄는 아무 데나 들어가는 것이 전부였다.
맛집은 보다 엄밀히 말하면 '맛집'이라기보다는 개인적으로 '가 본 집'
이라고 하는 것이 맞다. 음식의 맛이란 전적으로 주관적인 판단에 의존하는
것이기에 아무에게나 일반화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휴가의 계절이다. 생업에 지친 많은 이들이 이때만을 기다린다.
먹거리는 휴가지나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필수 항목이다.
때로는 먹고 싶은 특정 음식만을 위해 길을 떠나는 경우도 없지 않다.
개인적으로 가 본 음식점 중에 시간이 흘러도 종종 생각나는 집이 있다.
그중 세 곳을 소개한다.
하나는 경기도 광주시 남종면에 있는 <강마을다람쥐>라고 음식점이다.
도토리 음식 전문점으로 요즘 같은 여름철에 잘 어울리는 곳이다.
음식도 음식이지만, 팔당호에 바로 면해 있어 경관이 빼어나다.
식사 후 나무 그늘에 앉아 팔당호를 바라보며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다 보면
이 세상이 모두 내 것인 양 느껴진다. 여기는 팔당 본점, 덕소점도 있는데
개인적으로 팔당 본점이 여러 면에서 더 나아 보인다.
또 다른 하나는 경남 진주에 있는 <하연옥>으로 진주냉면 전문점이다.
평양냉면이나 함흥냉면과 달리 진주냉면은 일반인들에게 다소 생소할 수도 있어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다.
하지만 그 맛을 아는 이들은 진주냉면이 지닌 특유의 맛을 잊지 못한다.
'하연옥'은 창업자의 막내딸 이름을 따서 지은 것인데, 사람 이름임에도 상호로 썩 잘 어울린다.
지방인데도 요즘 같은 휴가철이면 이 집만의 맛을 즐기기 위해 전국에서 연일 엄청난 인파가 몰려든다.
나도 한때 그 맛에 빠져 남쪽으로 여행을 떠날 때면 하연옥을 들르기 위해
일부러 진주를 경유한 적도 여러 번이다.
종종 가고는 싶지만, 내가 사는 곳에서는 너무 멀다. 한동안 집 가까이
진주냉면 전문점이 있어 그런대로 아쉬운 마음을 달랠 수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최근 업종을 변경하는 바람에 더더욱 그리워지는 음식이다.
마지막으로 제주도 서귀포시 보목동에 위치한 <어진이네횟집>이다.
손바닥만 한 자리돔을 재료로 만드는 자리물회 전문점이다.
고추장이나 초장을 넣어 만드는 내륙 물회와 달리 여기서는 된장을 풀어 만든다.
어느 기자가 쓴 여행기를 읽다가 알게 되어 찾아간 곳인데, 나로서는 전율이 일 정도였다.
글쓴이는 보목동에는 여러 집이 있지만, 꼭 이 집에서 먹으라고 강력 추천했다.
이후 제주도 여행을 갈 때마다 잊지 않고 들렀었다.
어떤 때는 아침을 먹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미 배가 부른 데도 언제 또
기회가 있을까 싶어 공항으로 가기 전 일부러 먹고 온 적도 있었다.
처음 들렀을 때만 해도 허름한 집이었는데, 몇 년 전 가 보니 바로 맞은편에 번듯한
현대식 새 건물을 지어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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