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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기의 두 그림자

자유인。 2024. 8. 5. 04:52

 

 

인간은 누구나 성장 환경의 지배를 받는다. 그 과정에서 몸에 밴 

정서나 사고는 평생을 두고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때로는 그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때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애써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날 수 없는 굴레가 되기도 한다.

 

내가 나고 자란 고장은 자전거 도시로 널리 이름이 알려져 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자전거 박물관이 있기도 하다. 몽골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자연스레 말을 타기 시작하듯, 내 고향 아이들도 초등학교 무렵이면

너 나 할 것 없이 자전거를 배우기 시작했다. 오늘날처럼 자전거를 교육

하는 곳도 없었고, 아동용 자전거 또한 따로 없었다.

 

익히는 과정은 특이했다. 성인용 자전거에 왼손은 손잡이를 잡고

오른팔은 안장에 얹어 중심을 지탱하면서, 왼발은 페달에, 오른발은 프레임

사이로 넣어 반대편 페달을 밟는 식이었다. 몸집도 작은 아이들이

그런 어정쩡한 자세로도 자신보다 훨씬 큰 자전거를 잘도 타고 다녔다.

요즘 누가 그 장면을 봤다면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오고도 남았을 것이다.

 

성장기의 정서가 몸에 밴 까닭인지 나 역시 특별히 자동차가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동네에서의 주된 이동 수단은 자전거에 의존한다.

사는 곳이 신도시 지역이라 자전거 도로가 잘 조성이 되어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겠다. 자전거가 지닌 장점으로는 친환경적이라는 점,

자동차처럼 주차 걱정을 안 해도 된다는 점, 장소 구애받지 않고 어디서든

편하게 원하는 잔 볼일을 볼 수 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겠다.

 

타던 자전거가 말썽이 났다. 한동안 발이 묶인 듯 불편했다.

수리하기에도 애매한 상황. 고장 난 자전거를 끌고 수리점에 갔다가

얼떨결에 수리 대신 새 자전거를 구입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편이 보다

합리적일 것 같아서였다. 그동안 타던 자전거는 전문가용이 아닌 생활

자전거에 가까웠다. 너무 두드러지면 남의 손을 타게 되고, 그러다 보면

분실 염려도 있어 허름한 걸 주로 이용했었는데, 모처럼 나답지

않게 거금(?)을 투자했다.

 

하루 날을 잡아 기능도 익히고 길도 들일 겸 오랜만에 계곡을 찾아

장거리 주행을 다녀왔다. 오래도록 창고에 보관만 하고 있던 몇 년 전

호찌민에서 산 헬멧도 꺼내 착용했다. 확실히 새 물건이 좋긴 좋다.

기능도 훨씬 좋아진 데다, 페달링도 한결 부드럽다.

 

다만, 내구성 면에서만 보면 예전 제품들보다는 전반적으로 많이

떨어지는 편이다. 그때 자전거는 투박하긴 했지만, 한 번 사면 별다른

잔 고장 없이 꽤 오래도록 탈 수 있었는데, 요즘 자전거는 겉은 날렵해

보이지만 수명에 있어서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이다.

 

요즘엔 폭염 때문에 어디 나다니기도 겁난다. 잠시 몇 시간을

다녀오는데도 땀이 비 오듯 한다. 선선한 바람이 불 때쯤 새로운 애마와

함께 여유로이 한강 자전거 길도 한 바퀴 돌아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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