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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 관한 추억

자유인。 2024. 7. 30. 15:52

 

 

 

대한민국의 인구는 대략 5천만, 그중 반이 서울 수도권에 살고 있다.

어쩌면 서울과 수도권은 따로 구분한다는 게 무의미하기도 하다.

수도권이라고는 하지만 상당수의 수도권 주민이 서울에 직장이 있다 보니

사는 곳만 수도권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들이 일터를 오갈 때나 일상생활에서 이용하는 교통수단 중 상당 부분을 지하철이 담당하고 있다.

가끔씩 지하철이 없었으면 그 많은 이들이 얼마나 불편했을까 싶을 때가 있다.

그만큼 이동 수단 중 지하철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요즘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지하철은 서울 1호선이다.

1974년에 개통이 되었으니 올해로 벌써 50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내가 본격적으로 지하철을 이용한 건 대학교 3학년 때였다.

당시만 해도 지하철은 1호선뿐이었고, 2호선은 막 공사가 시작된 시점이었다.

 

이전까지는 학교 옆에서 자취를 했었으니 별로 지하철을 탈 기회가 없었다.

지하철이 있었더라도 종로 등지의 시내를 나가려면 지하철보다는 버스를 주로 이용하던 시절이었다.

더욱이 시골에서 막 올라와 개화된 문명에 제대로 적응도 못한 터라 더더욱 그랬다.

 

3학년에 올라가면서 사정상 수원에서 학교가 있는 서울까지 먼 거리를 전철 통학을 해야만 했었다.

수원에서 전철을 타고 서울역에 내리면, 거기서 다시 학교까지 가는 버스를 갈아타야 했다.

하루 편도 2시간, 왕복 4시간이 길 위에서 소비되었다.

그때 학교 가까이에서 사는 친구들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서울에 작은 집 하나라도 있는 이들이 그때만큼 '위대해' 보인 적이 없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들어간 첫 직장에서도 주요 이동 수단은 지하철이었다.

아침저녁이면 콩나물 틈새를 비집고 신문팔이 청소년들이 100원짜리 종이 신문을 열심히 팔았다.

휴대폰 등장 이전이라 너도나도 지하철을 타면 신문 한 부씩을 습관적으로 샀고,

그것을 펼치며 목적지를 오갔다.

 

퇴근 후 동료들과 한잔한 뒤 막차에 가까운 열차를 타고 집으로

향할 때면 전철 안 곳곳에는 취객들이 토해 놓은 음식물로 가관이었다.

더러는 기타를 메고 밤무대로 출근하는 무명가수를 지하철에서 우연히 만나는 경우도 있었다

(당시는 무명이었지만 이후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스타가 된).

 

세월은 흘러 종이 신문은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고, 민도가 개선된

덕분인지 지하철에 아무렇게나 음식물을 토하는 취객도 더 이상 보기가 어려워졌다.

이후 지하철 환경은 지속적으로 발전하여 현재 서울에만 9개 노선이 운행되고

있으며, 수인분당선, 인천선, 경의중앙선 등의 군소 노선을 모두 합치면 20개가 훨씬 넘는다.

서울 수도권뿐만 아니라 지방 대도시에도 지하철 시대가 열린 지 오래다.

 

지금 역시도 자동차를 운전하는 경우가 아니면 나의 주요 교통수단은 지하철이다.

어쩌다 지하철역이 없는 구간에 한해서만 버스를 이용할 뿐,

복잡한 대도시에서 지하철만큼 쾌적하고 정확한 이동 수단은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사회적으로 경로 우대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부각되면서

마땅히 갈 곳이 없어진 장년세대에게 지하철은 더할 나위 없는 천국이 되었다.

무료라는 이유로 평일 낮 시간 지하철 안은 온통 그들에 의해 점령되고 있다.

하지만 갈수록 증가할 수밖에 없는 재정 부담을 생각하면 마냥 두고 볼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받는 입장에서야 좋을지 모르지만, 거시적인 측면에서 보면 경제활동인구는 줄고

소비인구만 늘어나는 국가의 미래는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지금보다

대상 연령을 높이든지 어떤 식으로든 제도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다 정치인들이 선거용으로 뿌려놓은 사탕인데, 이미 시행된 정책을

다시 거두어들이기는 쉽지 않다. 그러기에 정책은 시행에 앞서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건만, 위정자들에게 국가의 미래는 안중에도 없고 오직 눈앞의

당락만이 유일한 관심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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