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범사에 감사하는 삶 본문

글쓰기

범사에 감사하는 삶

자유인。 2024. 8. 1. 04:04

 

 

 

얼마 전 받은 건강검진 결과지가 도착했다.

검진은 받으러 갈 때도 두근거리지만, 결과지를 받을 때도 마찬가지다.

'혹시 무슨 일이 있지는 않을까' 싶은 생각에 적잖이 긴장이 된다는 뜻이다.

 

궁금한 마음에 종합 소견부터 우선 살펴본다.

이전부터 알고 있는 것들에 특별한 변화가 있는지, 새롭게 나타난 증상은 없는지 등등.

획기적인 변화나 개선보다는 특별히 나빠지지만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기계에 수명이 존재하듯, 인체 역시 나이에 따른 자연적인 노화는 수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작년에 이어 심뇌혈관 나이는 내 나이보다 10년이 낮게 나왔고, 체성분 종합점수는

100점 만점에 79점이니 대략 평균은 되는 셈이다.

 

그런데 전에 없던 특이 소견이 있었다.

'안저 검사상 시신경 유두 함몰비 증가 소견이 있어 녹내장이 의심되니' 안과 진료를 받으라는 얘기다.

그동안 건강검진은 지속적으로 받아왔지만 이런 소견은 처음이었다.

의학 용어는 무슨 말인지 통 이해할 수가 없어 녹내장을 검색해 보니 시신경이

손상되어 악화될 경우 결국 시력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의학적으로 완치는 어렵고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을 뿐이라고.

 

이게 무슨 날벼락? 당장 안과를 찾았다. 상태를 살펴본 의사가

'녹내장이 의심되기는 하지만 보다 정확한 건 정밀검사를 해 봐야 알 수 있다'라고 했다.

이런저런 검사를 거친 후 다시 의사 앞에 앉았다. '외관상으로만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는데, 결과 수치를 살펴보니 지극히 정상'이라고. 앞으로도 검진을

받게 되면 같은 소견이 계속해서 나오겠지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특별한 종교가 없는 나이지만, 성경에 '범사에 감사하라'라는 말이 있다.

내 두 눈으로 볼 수 있음이, 내 두 귀로 들을 수 있음이, 내 코로 냄새를 맡을 수 있음이,

내 입으로 음식물을 섭취할 수 있음이, 내 손으로 원하는 물건을 집을 수 있음이,

가고 싶은 곳에 언제든 내 발로 걸어서 갈 수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평소에는 잘 모른다.

어느 한 곳에 문제가 생기고 나서야 비로소 그 존재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톨스토이의 소설에 나오는 이야기가 생각난다.

부자가 어떤 사람에게 해 뜰 때부터 해 질 때까지 발길이 닿는 땅은 모두 본인에게 줄 터이니

원하는 만큼 가지라고 했다. 욕심이 앞선 그는 한 평이라도 더 갖기 위해 하루 종일

쉬지도 않고 달리고 또 달려 땅은 원 없이 확보했지만, 저녁 무렵 도착지에 이르러서는

너무 지친 나머지 결국 죽고 말았다는 내용이다.

 

형태야 조금씩 다르겠지만, 어쩌면 우리는 그렇게 하루하루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할 줄 모르고 불만만 가득한 채 어리석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글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장기의 두 그림자  (6) 2024.08.05
승자만을 기억하는 세상이기에  (6) 2024.08.02
지하철에 관한 추억  (6) 2024.07.30
경제와 인체의 공통점  (6) 2024.07.29
아무나 갈 수 없는 길  (4) 2024.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