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승자만을 기억하는 세상이기에 본문
내가 즐기는 여러 취미 중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사진을 들 수 있다.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를 떠나 개인적으로 가장 많은 열정을 바친 대상이기 때문이다. 사진을 가까이한 지는 대략 20여 년 정도가 된다. 우연한 기회에 사랑에 빠져 '세상에 이토록 재미있는 일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몰두했었다(현재도 진행 중이지만). 오래 하다 보니 주변에서도 '잘 찍는다'라는 얘기를 곧잘 듣곤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불현듯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동네 사람들'에게 아무리 칭찬을 들어본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단 한 번이라도 전문가를 통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아볼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고. 이후 국내 유수의 사진 공모전에 연속 도전하여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다. 살면서 학교나 생업 등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나의 자유 의지로만 낳은 결과물이었다. 그것도 다들 내로라하는 실력자들과의 공개적인 경쟁을 통해 대외적으로 나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한 셈이어서 스스로도 자부심이 크다.
굳이 부끄러운 나의 개인 사례를 들먹인 것은 다른 얘기를 하고 싶어서다.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고 있는 하계 올림픽이 갈수록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번 대회에 22개 종목, 총 262명의 선수단(선수 144, 지도자 118)을 파견했다. 금메달 5개 이상으로 종합 순위 15위 이내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오늘(2024. 8. 2) 현재 금 6, 은 3, 동 3개로 이미 목표치를 넘어섰다. 메달을 획득한 선수는 전체 참가 선수 중 9퍼센트가 채 되지 않는다. 흔히 올림픽은 순위를 떠나 '참가에 의의가 있다'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실제로 그들 중 목표가 금메달이 아닌 참가에만 뜻을 둔 선수가 얼마나 될까.
한 나라를 대표해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은 해당 분야에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선수들이다. 그 자체만으로도 대대손손 길이 남을 가문의 영광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을 경험하는 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할뿐더러, 경험은커녕 근처에도 가 보지 못하고 사라지는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국가대표가 되었다고 그것으로 끝일까. 그들에게 운동은 취미가 아닌 인생 그 자체였다.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 이상을 오로지 거기에만 모든 걸 쏟아부었다. 어떤 형태로든 그에 대한 성과가 있기를 기대할 것이다. 그것 하나만을 바라보며 지금껏 달려왔을 것이기에.
그 성과란 다름 아닌 명예와 돈이 수반되는 것이다. 그것을 누릴 수 있는 최고의 무대가 바로 올림픽이다. 다른 대회에서 아무리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들 그 어느 것도 올림픽의 메달 하나를 능가하지 못한다. 운동은 경쟁이기에, 그것도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겨루는 전쟁과도 다름 없는 경쟁이기에 언제까지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때가 왔을 때, 혹은 기량이 절정에 달했을 때 성과를 내지 못하면 영영 다시는 기회를 잡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누구에게는 올림픽 참가 경력 하나만으로도 더없는 영예일 수 있지만, 거기에서 거둔 모종의 결과물이 있을 때 존재는 보다 빛난다. '올림픽 참가 선수'와 '올림픽 메달리스트'는 격도, 대우도 완전히 다를뿐더러, 평생을 두고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흔히 말하는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찬사만으로는 현실적으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슬프지만 세상은 언제나 승자만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나의 사진은 어디까지나 취미 수준이었기에, 설령 도전의 성과가 없었더라도 아쉽기는 하겠지만 그들만큼 낙담이 크지는 않았을 것이다. 기회는 얼마든지 또 만들면 되는 것이고, 좋아는 했어도 내 인생까지 바친 대상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우승자의 국가가 울려 퍼질 때마다 시상대에 서 있는 선수보다 무대 뒤에서 조명을 받지 못하는 더 많은 얼굴들이 자꾸만 눈에 아른거리는 건 비단 나 혼자만의 심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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