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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뺀다는 것

자유인。 2024. 8. 29. 05:09

 

 

 

기타는 나의 오랜 꿈이었다.

살면서 적어도 악기 하나쯤은 다룰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오랜 지론이기도 했다.

어릴 때부터 익힌 하모니카가 있긴 했지만, 거기에 김광석처럼

기타와 하모니카를 동시에 연주하고 싶었다.

 

하지만 늘 바람으로만 존재할 뿐 오랫동안 실천에 옮기지를 못했다.

이런저런 핑계를 댔지만 가장 큰 이유는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망설이기만 하다간 평생의 한이 될 것 같았다.

마침내 오십 중반의 나이에 결단을 내렸다.

늦었지만 한 번 도전해 보겠노라고.

 

숱한 고비가 있었지만 그런대로 잘 극복했다.

지나고 보니 그 고비는 다름 아닌 실력이 느는 순간이었다.

그것을 잘 견디면 다음 단계로 진입하고, 그렇지 못하면 거기에서 멈추고 만다.

 

초기에 강사는 나더러 매번 힘을 빼라고 주문했다.

시범을 보이는 강사의 터치는 어찌나 부드러운지 나와는 전혀 다른 세계였다.

그는 이미 프로의 경지였기 때문이다. 그런 그도 처음에는 가르치는

이로부터 나와 똑같은 주문을 받았노라고 했다. 그런데 아무리 해도 힘을 뺄 수가 없었다.

기타를 치는지 북을 치는지 가늠이 안 될 정도였다.

 

그로부터 강산이 한 번 바뀌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당시 힘을 빼라는 강사의 주문은 다름 아닌 수준의 문제였다.

겨우 걸음마 단계의 초보자들이 힘 조절을 못하는 건 지극히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걸 통제할 수 있다는 건 이미 그만큼의 경지에 올랐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비단 악기뿐이랴. 우리네 인생 역시 때와 상황에 걸맞게 적절히

힘을 안배할 수 있을 때 행로도, 결과물도 순탄하고 긍정적일 수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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