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이제야 이해가 되는 말 본문
기억력에 관한 한 어릴 때부터 그리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그 점에 있어서는 거의 'S대 수준'이라고 자부할 정도였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그런 자부심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음을 느낀다.
가장 자주 맞닥뜨리는 증상으로 물건을 어디 두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분명히 둘 때는 나름대로 잘 챙긴다고 한 것 같은데,
얼마간 시간이 지나 그것을 다시 찾으려고 하면 갑자기 머리가 하얗다.
최근 합동 성묘에 필요한 재료들을 구입하기 위해 장을 볼 일이 잦았다.
지역 재래시장에서는 구매 금액 만 원당 공영주차권 한 장씩을 준다.
그때 받은 여러 장의 주차권을 어디 잘 보관한다고 넣어둔 것 같기는 한데 막상
찾으려고 하니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는 것이었다.
있을 법한 옷이며, 방이며, 책꽂이며, 자동차며 다 찾아봤지만 오리무중.
그동안의 동선을 일일이 다 더듬어 보아도 마찬가지였다.
어디 빠졌을 리도 없고, 버릴 리는 더더욱 없었다.
다 합쳐 봐야 얼마가 되겠냐마는, 돈을 떠나 찜찜하기가 영 이를 데 없었다.
보이지는 않고, 포기하자니 계속 마음에는 걸리고..
며칠 후 외출을 하기 위해 다른 옷을 입다 우연히 주머니에 손을 넣으니
세상에나, 네상에나 .. 그토록 찾아도 보이지 않던 주차권이 거기서 잠을 자고 계신 게 아닌가.
그때의 반가움이란 마치 잃어버린 가족을 다시 만난 듯..
더욱 심각한 건 내가 그 옷, 그 주머니에 주차권을 넣었다는 사실 자체가
또렷하게 생각이 나질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제야 이해가 된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 선생님께서 수업 시간에 우리더러 하신 말씀이.
그때 그러셨다. '지금 너희 때가 가장 좋을 때'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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