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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야만 비로소 보이는 풍경들

자유인。 2024. 10. 17. 05:09

 

 

여행의 맛을 제대로 알지 못했을 때는 멀리 가야만 좋은 거라고 생각했다.

경험이 쌓이다 보니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아름다운 풍경들은 도처에 깔려 있음을 알게 되었다.

단지 그때는 관심이 없다 보니 좋은 경치가 옆에 있어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이다.

 

자전거를 타고 수원화성을 다녀오던 길이었다.

시 외곽에 있는 어느 공원을 지나다 말고 나도 모르게 발길이 멈췄다.

저수지와 고층 건물과 하늘이 한데 어우러져 연출해 내는 풍경이 너무나도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이런 뜻하지 않은 장면을 만날 때면 내 마음은 어느새 풍선처럼 부푼다.

 

눈으로 보는 것과 사진을 통해 보는 건 느낌이 서로 다를 수 있기에

피사체를 발견하면 본격적인 촬영에 앞서 휴대폰으로 몇 장을 시험 삼아 찍어보기도 한다.

괜찮다 싶으면 이후에도 이따금씩 오가면서 날씨와 계절에 따른 각각의 풍경들을 별도로 담기도 한다.

이번에 발견한 장소는 가을이 좀 더 무르익을 때쯤 다시 한번 찾으면 좋을 것 같았다.

 

사진에 관심을 갖다 보면 남들이 모르거나 눈여겨보지 않는 자신만의

'비밀의 화원'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아무리 멋지고 아름다운 풍경도 

흔하면 사진으로서의 가치는 떨어진다. 일출, 일몰 풍경이 대체로 그렇다.

너도나도 쫓는 대상이라 혼을 담아 찍어 본들 보는 이들의 눈에는 차별성이 없는 데다

이미 익숙한 사진이기 때문이다.

 

이런 숨겨진 나만의 풍경들은 걸어야만 비로소 만날 수 있다.

사진가들이 차를 버리고 부지런히 발품을 팔 수밖에 없는 건 다 그 때문이다.

게다가 여럿이 소풍 가듯 가면 쉬이 눈에 띄지 않는다.

피사체에 집중하지 못하고 수다나 놀이에 정신을 빼앗기는 까닭이다.

 

나만의 인생 사진을 건지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나서 봐도 마찬가지다.

좋은 피사체는 각오나 다짐이 아닌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서 교통사고처럼 다가온다.

그 순간 손에 카메라가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어떤 대상도 그림의 떡일 뿐이다.

 

사진은 철저히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결과물을 기대할 수 있는

작업이기에, 그 시간을 온전히 견디며 감당할 수 있고,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충만한 이들에게 어울리는 취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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