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길에서 깨닫는 삶의 지혜 본문

글쓰기

길에서 깨닫는 삶의 지혜

자유인。 2024. 10. 13. 07:09

 

 

언제부터인가 전국적으로 걷기 열풍이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다. 그에 따라 각

지자체마다 길 이름 붙이기가 한창이다. 예전부터 있어 왔던 길임에도, 이전에는 관심

조차 없다가 거기에 존재성을 부여하고 나자 비로소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최초의 진원지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Camino de Santiago, 다녀온

이들의 증언에 따르면 현지를 찾는 상당수가 한국인들이라고 한다)이었고, 국내적으로는

그에 착안한 제주 올레가 시작이었다. 모두가 똑같은 생각만을 지닌 사회는 앞으로

더 나아가지 못한다. 없던 문화가 새롭게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누군가 다른 생각을 지닌

선각자나 개척자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인류의 역사는 예외 없이 그런 과정을

거치며 조금씩 더 성장, 발전해 왔다.

 

걷기 문화는 경제가 발전하면서 새로이 생겨난 또 다른 여행 방식의 일환이기도

하다. 여행을 다닌다는 건 어느 정도 경제적인 여유가 생겼다는 뜻이고, 걷기 문화 역시

같은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그렇다고 누구나 다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건 아니다.

여유가 있어도 '그 시간에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지, 무슨 한가한 짓이냐'라고 여기는

이들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형편이 나아졌다는 건 인천공항에 나가보면 금방 알 수 있다. 한때는

일부 부유층만의 전유물이었던 해외여행이 이제는 '아무나' 가는 여행이 될 만큼

출국장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버스 터미널처럼 붐빈다.

 

여행도 마냥 주위에 휩쓸리기보다는 자기만의 주제를 설정해 보는 것도 괜찮다.

지인 중에는 몇 명이 조합을 이루어 정기적으로 전국 바닷길을 걷고 있는 사례도 있다.

길 하나를 정해 한 번에 사나흘씩 정기적으로 구간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남의 시선만을

불필요하게 의식하기보다는, 몰입할 수 있는 자신만의 무언가를 정해 지속적으로

추구해 나갈 수 있다면 그 또한 삶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방법이 아닐까.

 

'내 생각만이 옳고 당신 생각은 틀렸다'라는 이분법적인 사고가 지배할 때 인간의

성장은 거기서 멈춘다. 나와 다른 타인의 생각을 존중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도 기대할 수 있다. 여행은 교실 안에서는 결코 배울 수 없었던

삶의 지혜를 길 위에서 그렇게 시나브로 우리에게 일깨워 준다. 네가 알고 있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고. 네가 가진 생각이 틀릴 수도 있는 것이라고.

 

나 역시 어제보다 나아진 무언가가 있다면 그 또한 길을 통해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