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일은 최소한으로, 자유 시간은 넉넉히 본문
자유로움은 구할 때까지 어렵지,
한번 실천하고 나면 무척 쉽고 행복하고 시원하다.
나를 옭아매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핑계 대지 말고 한번 실천해 보고, 벗어나 보고, 깨뜨려 보라.
생각보다 간단하고 쉽다.
- 이근후의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중에서 -
내가 사는 동네에 자전거를 타고 지나다 보면 다리 밑에 날마다 적지 않은 노인들이 모여 있는 곳이 있다. 이를테면 서울의 파고다공원 같은 곳으로 갈 데 없는 이들이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그들은 대개 네 부류로 나뉜다. 바둑을 두거나 장기를 두는 이, 그것도 아니면 옆에서 구경을 하는 이, 또 그것도 아니면 물가에 앉아 흘러가는 개울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이들이다. 그들을 볼 때마다 노후의 삶에 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한 정신과 의사가 쓴 책으로 오래전 읽었지만 최근 들어 다시 꺼내서 읽고 있다. 저자(이근후 박사)는 1935년생으로 우리 나이로 올해 90세가 된다. 의사로서는 은퇴를 했지만, 책도 여러 권 내고 다양한 분야에서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는 분이다. 공감하는 것도, 배울 점도 많아 이분이 쓴 책은 거의 다 읽어 보았다.
나와는 연령대도, 지나온 삶도, 활동 분야도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살아 있는 동안 어떻게 하면 하루하루를 재미있게 보낼까를 끊임없이 연구한다는 것이다. 내용 중에 나이가 들면 좋은 건 시간이 많다는 점, 더 이상 남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는 점을 들고 있다.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시간을 허투루 낭비하지 말고 봉사가 됐든, 취미가 됐든, 혹은 돈벌이가 됐든 무언가 자신에게 의미 있고 보람있는 일들을 하며 보내라고 권하고 있다.
대부분의 가장들이 그렇듯 나 역시 지난 수십 년 동안 내 가정과 가족만을 위해 살았다. 짬짬이 나를 위한 시간들이 아주 없진 않았지만, 무얼 하든 한순간도 가족을 건사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부터 자유로웠던 적이 없었다. 해보고 싶은 것들이 많았지만, 일일이 실행으로 옮기기는 어려웠다. 용기가 없어서도 아니었고, 그보다 더 중요하고 시급한 가장으로서의 의무와 책임감이 앞섰기 때문이다.
그 사이 고맙게도 아이들 모두 때맞춰 저마다의 배필을 만나 독립된 가정을 이룬 덕분에 내가 감당해야 할 책임감의 무게는 한결 가벼워졌다. 퇴직 후 남는 시간을 어찌할 줄 몰라 고민인 이들이 많다지만, 나로선 지금이 오히려 삶의 질적인 면에서 다른 어느 때보다 만족도가 높다. 누구의 눈치도 살필 필요 없이 나 스스로의 자유 의지에 기반한 '나의 삶'을 비로소 살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혹시 누가 나더러 옛날 젊은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실제로 그럴 수도 없지만).
앞서 소개한 책의 저자처럼 나는 누구에게 놀아달라고 의지하기보다는 나 스스로 놀 거리를 알아서 잘 만드는 편이다. 그런 과정을 즐긴다고 해야 할까. 매일 아침 설레는 가슴으로 하루를 맞이할 수 있는 건 다 그 덕분이다. 앞으로 남은 날들은 '일은 최소한으로, 자유 시간은 넉넉히'라는 기치 아래, 오늘이 내 삶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그동안 못다 했던 나 자신을 위한 시간들로 채우려 한다. 결국 그런 자잘한 하루하루의 일상이 모이고 모여 내 인생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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