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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정치를 걱정하는 시대

자유인。 2024. 10. 21. 05:08

 

 

글을 쓰면서 가급적 삼가려는 주제가 있다. 정치와 종교다. 저마다의 생각이나 관점이 다른 데다 자칫 불필요한 논쟁만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정치는 더 그렇다.

 

보수와 진보, 혹은 진보와 보수의 명확한 차이를 나는 알지 못한다. 유시민의 '국가란 무엇인가' 라는 책에 보면 그에 관한 설명이 나온다. 가난의 경우 보수는 개인의 책임으로 규정하지만, 진보는 국가의 책임으로 돌린다는 것이다.

 

본질의 옳고 그름을 떠나 보수는 진보에 비하면 투쟁력과 단결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상대방이 공격을 해오면 내부적으로 똘똘 뭉쳐 그에 대응부터 해야 하는데, 대응은커녕 자중지란에 스스로 무너지는 형국이다. 마치 조선시대 사색당파 싸움을 보고 있는 듯하다.

 

이와 달리 진보는 투쟁력과 단결력 면에서 보수를 훨씬 능가한다. 누군가 자신들을 공격하는 세력이 있으면 단일대오를 형성해 온몸으로 막아선다. 하나의 쟁점이 등장하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파고드는 집요함이 있다. 나는 이것을 들판과 온실의 차이로 해석한다. 진보는 들판에서 온갖 비바람을 맞으며 세파와 싸워온 반면, 보수는 온실 속의 화초처럼 살아온 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국정감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문자 그대로 국가 정책을 올바로 집행하고 있는지 국회 차원에서 감시하고, 잘못된 것이 있으면 올바른 방향으로 유도하고자 하는 취지다. 안타깝게도 어느 위원회에서나 벌어지는 행태는 한결같다. 감사를 하는 건지, 싸움을 하는 건지, 일장 연설을 하는 건지 구분이 안 간다. 바쁜 증인들 잔뜩 불러다 놓고 답변할 기회는 주지도 않은 채 공개적인 면박이나 창피를 주기에만 급급하다.

 

증인은 증인일 뿐 죄인은 아니지 않는가. 그럴 거면 굳이 왜 증인들을 불렀을까. 차라리 기자들 불러놓고 준비된 원고 읽으면 훨씬 효과적일 텐데... 증인들 스스로도 앉아 있으면서 의문이 들 것이다. 도대체 자신들이 여기 왜 와 있느냐고. 궁지에 몰리면 '당신 몇 살이야?'란 말까지 나온다. 이런 자들이 국민의 대의기관임을 자처하고 있다. 이럴 거면 국정감사 제도가 왜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법을 만든다는 자들이 남을 추궁할 때는 더없이 모질다가도, 자신들이 비리에 연루된 경우에는 하나같이 법의 존재를 부정하고 거부한다. 심지어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났음에도 신뢰할 수 없다며 인정조차 하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무슨 낯으로 '움직이는 입법기관'임을 외치는가. 본인들이 만든 법은 존중하지 않으면서 누구더러 감히 법을 지키라고 요구할 수 있단 말인가?

 

볼 때마다 국회의원의 자질 문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당사자들도 문제지만, 더 큰 책임은 그들을 뽑은 유권자들에게 있다. 그들을 탓하기 전에 유권자들이 먼저 정신을 차려야 한다. 혈연, 지연, 학연을 떠나 진짜 일할 수 있는 인물을 뽑아야 한다는 얘기다. 국격이 걸린 문제다.

 

국회의원 300명은 하는 일에 비해 너무 많다. 막대한 국민 세금으로 주어지는 그들에 대한 지나친 특혜 또한 정비가 시급해 보인다. 그럼에도 누구 하나 국회의원 특혜 축소와 관련한 법안을 제출하거나 상정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한때 우리나라에 정치와 영화만 빼고 다 선진화가 되었다고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 사이 영화는 어느덧 세계적인 반열에 올라섰지만, 정치만은 여전히 과거의 모습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정감사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행여 다른 나라에서 볼까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이다. 지금의 정치는 도를 넘고 있다. 여당은 국정을 책임지고, 야당은 정부와 여당을 견제한다지만 시급한 민생은 아예 안중에도 없고, 불필요한 정쟁과 서로의 발목 잡기에만 매달릴 뿐이다. 무엇 하나 국민에게 도움 되는 게 없다. 여야의 특성상 싸우게 마련이지만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정치가 국민을 걱정해야 하거늘, 국민이 정치를 걱정해야 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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