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저보다 연배시네요? 본문
나이가 한계일 수는 없다.
'이 나이에' 하고 자신의 한계를 정하는 순간,
우리의 나머지 인생은 단지
죽음을 기다리는 대기 시간이 되고 만다.
- 이시형의 <공부하는 독종이 살아남는다> 중에서 -
최근 들어 자주 듣게 되는 말 중에 연배年輩라는 단어가 있다.
사전을 찾아보면 '나이가 비슷한 사람'이라고 나와 있다.
그런데 이 말이 잘못 쓰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서로 나이를 묻다가
상대방이 자기보다 나이가 많으면 '저보다 연배시네요'라는 표현을 종종 하곤 한다.
무슨 뜻인지 알아듣기는 하겠지만, 전혀 어법에 맞지 않는 말이다.
연배란 단어는 '저와 동년배', 혹은 '저와 비슷한 연배' 등으로 표현해야 맞다.
위 예문의 경우 '저보다 연배시네요' 대신 '저보다 선배시네요'라고 해야 한다는 뜻이다.
게다가 나이 든 이들을 보고 '연배가 있으셔서'라고도 한다.
이 역시 잘못된 표현이다. 연배는 '나이' 또는 '연세'와 동의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말이란 누가 한번 잘못 쓰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퍼지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틀리다'와 '다르다'를 혼동하는 요즘 세태 또한 같은 맥락이다.
틀린 것은 틀린 것(wrong)이고, 다른 것은 다른 것(different)임에도
'다르다'라고 해야 하는 대목에서 '틀리다'라고 말하는 이들이 너무나도 많아졌다.
예전엔 그러지 않았는데 어느 날부터 갑자기 나타난 현상이다.
언어의 주된 목적은 소통에 있다지만, 그에 못지않게 바른 말을 쓰는 것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다. 낯선 외국어라면 그럴 수 있다며 이해라도 한다지만,
한평생 써온 모국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남의 말인 영어 철자 하나는 꼼꼼히
따지면서 정작 따져야 할 우리말에는 왜 그리도 너그러운 걸까.
돌아가신 법정 스님이 그러셨다.
'말은 생각을 담는 그릇'이라고. '말은 곧 그 사람의 품격'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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