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아무도 모르는 내일 본문
미국의 시민운동가이자 자연주의자인 헬렌 니어링((Helen Nearing)이 주장한 내용 중에 '1일 3등분 생활법'이란 것이 있다. (1) 적당한 노동이 그중 하나요, (2) 독서와 사색이 또 다른 하나요, (3) 타인과의 교류가 그것이다. 이렇게 하루를 3등분으로 나누어 균형 있게 생활하다 보면 삶의 질이 그만큼 더 높아질 거란 얘기다.
세상을 살면서 몸소 경험하거나 책을 통해 배우는 것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이 살아온, 혹은 살아가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것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깨닫는 것도 적지 않다. 헬렌 니어링이 말한 '타인과의 교류'는 그래서 더욱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지난 10월 21일은 경찰의 날이었다. 모 방송에서 특집으로 일선 경찰관들을 초대하여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있었다. 그중 서울역에서 노숙인들을 돌본다는 한 경찰관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여느 때처럼 길에서 생활하는 노숙인들을 살피던 중 어딘가 낯이 많이 익은 듯한 한 인물을
만났다고 한다. 그가 알아볼 정도면 세간에 꽤 얼굴이 알려진 모양이었다.
경찰관인 그가 물었다.
"혹시 .. OO 대학 .. OOO 교수님 .. 아니신지요?"
"그 ..렇 .. 소 .. 만 .. "
"그런데 .. 어쩌다.. 여기에서 .. 이런 .. 생활을 ..??"
'보이스 피싱에 걸려 .. 한순간에 전 재산을 .. 잃고 말았습니다."
선친께서 생전에 종종 하시던 말씀이 있었다. 개관사정蓋棺事定이란 말이었다. 한 사람이 인생을 어떻게 살았느냐 하는 것은 그가 죽고 난 뒤 관의 뚜껑을 덮고 난 뒤에야 비로소 판단할 수 있는 거라고. 이 세상에 잘나가는 사람은 차고도 넘친다. 그것을 끝까지 잘 유지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하고 중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우도 없지 않다.
잘난 사람들은 계속해서 존재감이 드높지만, 무너지는 이들은 어느 날 소리도 없이 자취를 감춘다.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나는 절대 그런 일이 없을 거라고? 그걸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운이 나쁘면 그것이 곧 나의 현실이 될 수도 있음을. 무릇 세상은 내가 바로 서지 않으면 좋았던 인간관계도 일순간에 무너지고 만다. 상대방이 나빠서라기보다는 스스로 떳떳하지 못해 움츠려들게 되고 자신도 모르게 자꾸만 사람들을 피하게 되기 때문이다.
인생을 산다는 게 별다른 게 없는 것 같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반드시 또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오늘 잘나간다고 자만하기보다는 그 기조를 마지막까지 어떻게 잘 유지하느냐가 보다 중요한 관건임을 교수 노숙인의 사례를 보며 새삼 되새기게 된다. 거기에 하나를 덧붙인다면 무얼 하든, 어디에 있든 언제나 겸손함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 내일 일은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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