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그곳에 가면 - 1,300년의 세월을 품은 강원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 본문
아무리 빼어난 능력자라도 그보다 상위 능력자는 어디든 존재하게 마련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은행나무에 관한 한 인천 장수동은행나무가 '왕'인 줄 알았다. 그것이 그때까지 내가 본 최고의 나무였기 때문이다. 아니었다. 그보다 무려 500년이나 더 살아온, 훨씬 더 기품 있는 '어르신'이 계시다는 걸 비로소 알게 된 것이다.
깊어가는 가을을 내 눈으로 직접 느껴볼 요량으로 강원도로 나들이를 다녀왔다. 계절이 거의 막바지여서 서두르지 않으면 제대로 즐기지도 못 한 채 겨울을 맞이할 것 같았다. 볼 만한 게 뭐가 있을까 살피던 중 강원도 원주의 한 은행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이름하여 '반계리 은행나무'였다. 추정 나이 약 1,300년으로 현존하는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은행나무이자, 천연기념물 제167호(1964년 지정)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아무리 아름다운 자연 풍경도 내 집 가까이 있지 않으면 시시각각 달라지는 계절의 변화를 때맞춰 즐기기는 쉽지 않다. 상황을 확인한다고 매번 그 먼 거리를 오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제때 경치를 본다는 건 상당 부분 운에 맡겨야 한다. 신기하게도 반계리 은행나무를 보러 가는 날은 모든 환경이 맞춘 듯 도와주었다. 단풍 시점도 절정인 데다, 당초 비가 올거라던 예보를 비웃기라도 하듯 하늘은 화창하기만 했다.
반계리 은행나무는 우리나라 최고最古 (추정 수령 1,318년 - 2025년 기준)의 은행나무이자, 미적인 관점에서도 단연 최고最高였다. 최근 다녀온 장수동 은행나무의 존재감도 물론 대단하긴 했지만, 여기에는 감히 비할 바가 아니었다.
나무 전체에서 풍기는 기품과 아우라가 독보적인 데다, 서 있는 위치 또한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적당한 높이의 언덕배기에 풍경을 가리는 장애물이 없다 보니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나무 고유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는 점은 이곳만의 매력이다. 같은 피사체일지라도 주변 환경에 따라 풍경의 품질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반계리 은행나무는 여실히 증명해 주고 있다.
단풍 절정기에 때맞춰 장수동과 반계리 은행나무를 모두 다 볼 수 있었으니 올 가을 감성 여행은 그것만으로도 대풍작이다. 이번 기회에 양쪽을 오가면서 단풍이 익는 시기까지 확실히 파악하게 된 건 또 다른 수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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