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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면 - 대하소설 '토지'의 산실 <박경리 옛집>을 가다 본문
20년도 훨씬 더 지난 이야기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직장 생활만이 인생의 전부인 양 매몰되다 보면, 정작 중요한 나의 삶은 장차 어떻게 될까, 라는 회의가 들었다. 학교에서와 같은 치열한 공부는 아닐지라도, 생업과는 별도로 책을 통해 정신을 살찌우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되겠다는 자각이 불현듯 뇌리를 때렸다.
일찍이 안중근 의사는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一日不讀書口中生荊棘'라고 했다. 감히 그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일정 기간 책을 멀리하면 왠지 불안감을 느낄 만큼 어느덧 책읽기는 내 생활의 중요한 일부가 되었다. 지금의 글쓰기 블로그를 운영할 수 있는 힘의 바탕 또한 어쩌면 그로부터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하소설大河小說'이라는 말이 있다. 문자 그대로 '커다란 강물처럼 흐르는 소설'이라는 뜻으로, 방대한 분량과 긴 시간적 배경을 바탕으로 마치 거대한 강물이 도도하게 흘러가듯이 역사적 흐름 속에서 수많은 등장인물의 삶과 사건이 복잡하게 얽히며 전개되는 장편소설의 한 형식이다(참고 : 인공지능 Gemini).
이 책 저 책 가리지 않고 읽다가 어느 날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막연한 독서보다는 책읽기에도 의미 있는 목표를 설정해 보면 어떨까, 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도전하게 된 것이 시중에 나온 대하소설을 모두 읽어보자는 것이었다(대하소설은 한 작품이 기본 10권을 넘는다). 그로부터 몇 년에 걸쳐 장길산(황석영),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조정래), 혼불(최명희) 등을 하나씩 차례로 읽어 나갔다. 그중 일부는 몇 번씩 거듭해서 읽기도 했다.
박경리의 <토지>도 그중 하나였다. 그동안 드라마로도 여러 차례 방영되어 내용에 관해서는 이미 많이 알려진 편이다. 경남 하동의 평사리를 배경으로 주인공 서희와 길상을 비롯한 수많은 등장인물 사이에서 펼쳐지는 흥미진진한 전개는 한 번 책을 잡으면 좀처럼 손에서 놓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강원도 원주는 소설가 박경리가 고향인 경남 통영을 떠나 오랫동안 세월을 보낸 고장이다. 그녀의 삶을 기리기 위해 '박경리문학공원'이 조성되어 있으며, 공원 안에는 '박경리 문학의 집'도 함께 문을 열었다. 바로 옆에는 작가가 살던 옛집도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데 누구나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다. 여기서 그녀는 18년 간 거주하며 <토지>의 4부와 5부를 완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가 읽은 책의 작가의 흔적을 찾은 건 충남 당진의 심훈 기념관, 강원 봉평의 이효석 문학관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지만, 작가가 살았던 집을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언젠가 해외 여행을 갔을 때 유명 작가가 살던 집, 종종 드나들었던 카페나 선술집 등을 훌륭한 문화관광 상품으로 활용하는 걸 보며 부러웠던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위대한 문학가의 삶을 지자체 차원에서 보존하고, 그 정신을 널리 기릴 수 있는 성숙된 문화적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 같아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뿌듯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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