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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서울을 다니다 보면 새롭게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경희궁도 그 중의 하나이다. 내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서울에는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경복궁만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경희궁 이름이 들리기 시작했다. 심지어 '경희궁의 아침'이라는 아파트 브랜드까지 등장했다. 어찌된 까닭일까? 웬 뜬금없이 경희궁이라니? 자료를 찾아보니 본래 조선시대부터 있었던 궁궐인데 일제에 의해 일본인 중학교를 세우기 위한 정지작업이 시작되면서 1926년에 이르러서는 원래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한다. 해체된 건물들은 동국대학교로, 광운사 등으로 각각 흩어지면서 그 자리에 서울고등학교가 들어서게 되었고, 1980년에 서울고등학교가 다시 강남으로 이전함에 따라, 1988년부터 ..

문화는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다. 먹고 살기 어렵던 시절에 문화는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었다. 조금씩 여유가 생기기 시작하자 비로소 삶의 질을 생각하게 되었고,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기에 이르렀다. 음식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우리 사회에서 음식 문화를 생각하게 된 건 그리 오래지 않다. 한국 음식과 서양 음식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우리네 음식은 차려진 음식을 다 함께 먹는 데 반해 서양은 철저히 개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네 음식은 개인의 취향은 중요하지 않고 주방에서 알아서 만들어 오면 군말 없이 먹는 식인데 반해, 서양 음식은 조미료는 얼마나 넣을 것이며, 소금은 얼마를, 굽기는 바짝, 중간, 아니면 설익은 상태 등 귀찮을 정도로 많은 것을 묻..

미국에서 온 옛 친구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 내가 미국에 갈 때면 언제나 처음인 듯 반가이 맞아주었던 친구. 언제 또 다시 기회가 있을지 알 수 없다며 한 달 일정으로 들어와 보고 싶었던 사람들 만나고, 가보고 싶었던 곳들을 찾아 열심히 다니는 중이다. 지구가 나를 중심으로 돌듯, 세월이 흘러도 나를 마음으로 감싸준 친구는 언제든, 어떤 상황이든 나 역시 두 팔 벌려 진심을 담아 안아줄 수밖에. 이럴 때 어울리는 노래가 있다. 김세환의 '옛 친구'. 긴 세월 망설이기만 하다가 뒤늦게 배운 서툰 기타에 이따금씩 멜로디를 얹어보곤 하는 노래. '하얀 모래 위에 시냇물이 흐르고 파란 하늘 높이 흰구름이 흐르네 지난날 시냇가에 같이 놀던 친구는 냇물처럼 구름처럼 멀리 가고 없는데 다시 한 ..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사진은 더 이상 전문가 영역이 아닌 우리 생활 속의 일부로 깊숙이 자리 잡았다. SNS가 대중화되면서 사람들은 '인증사진'을 위해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찍고 또 찍는다. 사진을 찍는 사람의 숫자는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어떻게 사진을 찍어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경우는 생각처럼 많지 않은 것 같다. 이왕이면 좀 더 예쁘고 완성도 높은 사진을 찍고 싶은 바람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혹자들은 카메라 장비의 차이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값비싼 카메라만 있으면 아무나 찍어도 멋진 사진이 나올 거라고. 타이거 우즈가 쓰는 골프 클럽을 사용한다고 다들 그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까? 아무리 좋은 장비인들 그것을 다루는 주체는 결국 사람인 것이다. 내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이따금씩 고향에 내려가면 뭘 먹을지 고민이다. 부모님 떠나신 뒤로 더 이상 맞아주는 이 없으니 밖에서 민생고를 해결해야 한다. 그럴 때 찾곤 하는 가게 중 하나 - '새지천식당'. '지천'은 마을 이름이고, 거기에 굳이 '새'자를 가미한 것은 근처에 또 다른 '지천식당'이 있기 때문이다. 칼국수와 석쇠불고기가 대표 음식이다. 칼국수의 맛은 나로서는 다소 밍밍한 느낌이다. 한국 음식은 국물에서 성패가 좌우되는데 수도권의 입맛에 길들여진 이들에게는 만족도가 덜할 수도 있다. 고향의 칼국수에는 늘 양념장이 함께한다. 국물 맛이 밍밍한 느낌을 주는 것은 각자의 취향에 따라 양념장으로 적절히 조절하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도 육수에 좀 더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 내 고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