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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내가 나고 자란 곳은 낙동강이 흐르는 동네였다. 도시에서의 세월이 고향에서 보낸 시간의 배를 훨씬 넘었지만 지금도 고향을 생각하면 여전히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러나 부모님 모두 작고하시고 난 뒤 이따금씩 고향엘 내려가도 더 이상 나를 맞아주는 이 없으니 고향이 고향 같지가 않고 지나는 나그네와 다름 없다. 고향이 고향일 수 있음은 부모님이 계실 때, 그 중에서도 어머니가 살아 계실 때 비로소 가능한 일임을 당신이 떠나신 후에야 알게 되었다.

서로의 생각들이 부딪칠 때가 있다. 어느 특정인의 생각만을 고집할 때가 그러하다. 내가 무엇을 좋아한다고 해서 상대방도 나와 똑같이 그것을 좋아할 거란 착각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참석자가 여럿일 경우 가능하면 모두가 동참할 수 있는 공통된 소재를 화제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 어느 한두 명이 관심이 있다 하여 특정 소재만을 지속적으로 부각시키다 보면 나머지는 '내가 왜 굳이 여기에 있어야 하는지' 의문을 갖게 된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같은 조직 내 동료들과만 반복적으로 어울리는 이들을 종종 보곤 한다. 업무 시간뿐만 아니라, 방과 후 회식 자리, 심지어 주말 시간까지도. 그들 사이에 오고가는 대화의 소재는 업무 얘기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기에 거기에만 지나치게 매몰되다 보면 자기 발전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하기가 어려워진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곳임에도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그들과 함께했던 시간은 경제적인 부분을 제외하고는 개인의 삶에서 별다른 의미를 갖지 못함을 알게 된다. 사고의 발전을 꾀하고, 시야를 넓히기 위해서는 다양한 철학을 지닌 다양한 사람들과 서로의 생각을 교환할 수 있는 진지한 대화가 거듭될 때 비로소 가능한 것임을.

정치인의 주된 일과는 사람(유권자)과의 만남이다. 지역의 어떤 행사든 반드시 참석을 해야 하고 유권자들과의 끈을 잠시도 놓쳐서는 안 된다. 사람과의 접촉이 많다는 것은 그에 비례하여 그만큼 말을 많이 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 마디로, 정치인은 '말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라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들이 내뱉는 한 마디 한 마디는 여느 사람과는 무게 면에서 확연히 다르다. 무게가 다르다는 건 그만큼 말을 가려서 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요즘 언론을 통해 일부 정치인들이 쏟아내는 말들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가슴에 맺힌 말이라고 해서 다 토해낼 수는 없는 일이다. 이성이 아닌 순간적인 감정에 치우쳐 내뱉는 말은 사태 해결은커녕 오히려 더 큰 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알아야 한..

나는 되도록이면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는 편이다. 하게 되면 구체적인 시점을 제시한다. '이번 주 수요일에 볼까요', 혹은 '다음 주 화요일은 어떨까요' 등등. 우리 사회는 지키지 못할 약속들을 남발하는 경향이 있다. '언제 한 번 밥이나 먹자'고 했던 사람과 밥을 먹은 적이 없었고, '언제 술이나 한잔 하자'고 했던 사람과 실제로 술을 마신 적은 없었다. '전화하겠노라'며 헤어졌던 사람에게서 전화를 받은 기억도 없다. 이는 한국인의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이 우리말을 배울 때 가장 당황하는 상황 중의 하나라고도 한다. 지난해부터 집에 한번 초대하겠노라고 약속한 이들이 있었다. 한 사람도 아니고 두 사람씩이나. 그들은 모두 구체적인 날짜와 시점까지 제시했다. 그러다 막상 당일이 다가오자 이런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