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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청계산의 9월

자유인。 2023. 9. 17. 21:26

오랜만에 청계산을 찾았다.

예전과 달리 이제는 산에 가더라도 가벼운 산책 수준이다.

한때는 대단한 에너자이저라도 되는 양 어디든 망설임 없이 길을 나섰지만,

더 이상 옛날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내가 사는 지역은 관악산을 비롯하여 수리산, 청계산, 바라산, 백운산, 모락산 등이

사방으로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산행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그 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산은 청계산이다.

 

명산의 조건으로 적당한 높이, 나무와 바위의 조화, 거기에 물이 한데 어우러져야 하는데,

다른 산과 달리 청계산에는 사시사철 계곡물이 흐른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아름다운 자연에 저렇게 썩지도 않는 페트병을 함부로 버리고 가는 이들의 심리가 궁금하다.

 

이 길을 따라 계속 올라가면 국사봉을 만날 수 있다.

거기에서 왼쪽으로 가면 이수봉, 다시 거기에서 좀 더 가면 매봉으로 이어진다.

 

 

습지에서 자생하는 식물인 버섯은 독버섯, 식용 버섯 여부를 떠나 그 자체만으로 예술이다.
 

입구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만나게 되는 곳 - '청계산맑은숲공원'이다.

대개 사람의 손이 닿으면 자연미가 상실되게 마련인데,

여기는 인공의 흔적을 거의 느낄 수 없을 만큼 자연친화적이다.

맑은 공기 마시며 산책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코스이다.

 

사슴벌레던가. 어릴 때는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기도 했고
어디서든 쉽게 만날 수 있었는데 실물을 본 지가 언제인지 기억이 없다.

환경 파괴로 인한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든 것임에 분명해 보인다.

 

이 친구는 개미의 형상인 듯하다.

사진을 찍을 때만 해도 긴가민가했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맞는 것 같다.

 

 

'울 밑에 선 봉선화야 ~ 네 모양이 처량하다 ~ '란 노래가 있다.

봉선화는 예전에 여자들이 너도나도 손톱에 물을 들이는 용도로 애용하던 꽃이었다.

바로 그 봉선화를 닮았다 해서 '물봉선'이라 부르는 꽃이다.

'물을 좋아하는 봉선화'란 뜻이다.

 

이른 아침 연세 지긋한 분이 혼자서 산책을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다.

동네 주변도 좋지만 가끔씩 저렇게 산길을 걸으면 자연과 맑은 공기를 동시에 만끽할 수 있다.

 

해가 채 얼굴을 내밀기 전이어서인지 곳곳에 마라톤을 즐기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나도 한때 저런 모습으로 산천을 누비던 시절이 있었다.

단순히 건강 하나만을 생각해 시작한 마라톤이 나의 정신과 삶을 송두리째

갈아엎을 인생 혁명의 서막으로 작용할지를 그때는 미처 몰랐었다.

모르고 살았던 나 자신의 내면을 조금씩 발견하게 된 것도, 글쓰기에 흥미를 느끼게 된 것도,

사진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것도 모두 마라톤 덕분이었다.

그 시간이 없었다면 지금껏 나는 우물 안 개구리로 아까운 세월만 허비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