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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면 -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자유인。 2023. 9. 22. 14:16

살면서 우리가 습관처럼 내뱉는 말들이 있다.

'언제 한번 밥이나 먹자'고, '언제 한번 술이나 마시자'고, '언제 기회가 되면 가겠노라'고.

나는 그 말을 믿지 않는다. 그들이 밥을 먹자는 것도, 술을 마시자는 것도,

기회가 되면 가겠다는 것도 모두 신빙성 없는 지나가는 말이기 때문이다.

본인들조차 언제 그런 말을 했는지 기억하지 못 한다.

꼭 한 번 가 보고 싶은 곳이 있었다.

서대문에 있는 독립문과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이 그것이었다.

거리상으로 먼 곳도 아닌데 왜 그리도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마침내 어느 날 벼르고 별러서 시간을 만들었다.

 

여태 책에서만 보다가 난생처음으로 만나는 독립문이다.

대한민국 사적 제32호로 1896년에 착공하여 1898년에 완공되었다고 한다.

더 이상 청나라의 간섭을 받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아 독립협회에서 건축한 것으로,

문의 용도가 아닌, 기념비로서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한다.

본래는 지금 위치가 아닌 다른 곳에 있었는데, 현저고가차도 공사로 인해

기존 위치에서 서북쪽으로 70미터 정도 옮겼다고 한다.

내가 정말 와 보고 싶었던 곳은 바로 여기였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평생 가야 한 번도 인연이 없겠지만,

사람의 앞일은 알 수 없는지라 반드시 아니라고 장담할 수만은 없으리라.

전시관에 들어서면 모형을 통해 서대문형무소의 전체적인 구조를 살필 수 있다.

 

1908년에 설치가 되어 1987년 의왕으로 옮길 때까지 약 80년의 역사가 서린 곳이다.

여기에 서울구치소가 있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취조실이다. 용의자를 앉혀 놓고 탁자 위의 형틀에 손을 넣게 하고선

바늘로 손톱 밑을 찔러 고통을 가했다고 한다.

다른 고문 시설도 많았지만 너무 끔찍해 눈으로만 보는 걸로 만족했다.

수감자들이 생활하는 감옥이다.

해방 이전에는 일제에 항거하는 독립 투사들이,

해방 이후에는 군사 독재 정권에 저항하는 민주화 투사들이 주로 수감되었다고 한다.

각 방마다 수감되었던 이들의 이름이 걸려 있었다.

수감자들이 햇빛을 쐬거나 운동을 하던 '격벽장'이다.

죄수들끼리 서로 대화를 하거나 정보를 주고받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이렇게 높은 담을 쌓아 분리했다고 한다.

역사가도, 학자도 아닌 내가 이런 곳을 따로 설명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건 어디까지나 전문가들의 몫이니까. 다만, 아이들 데리고,

혹은 어른들끼리 우리의 지난 역사를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한 번 들러볼 만한 곳이다. 

책을 통해서만 아는 것보다 직접 눈으로 보게 되면 더 많은 걸 느끼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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