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다들 대박을 꿈꾸며 살지만 본문
내가 사는 동네 번화가엔 볼 때마다 손님들로 붐비는 복권 판매점이 있다.
지나다 보면 언제나 복권을 사려는 줄이 통행로를 막으면서까지 길게 늘어서 있다.
그중에는 나이 든 이들도 있지만 젊은 세대도 적지 않다. 판매점 앞에는
'복권 명당 - 1등 당첨 O 회, 2등 당첨 O 회'라는 안내문이 자랑스럽게 내걸려 있다.
거기서 1등 당첨이 여러 번 됐으니, 다른 판매점보다 당첨 가능성이 그만큼
크지 않겠느냐는 기대 심리가 작용하는 듯하다.
나 역시 복권을 사 본 경험이 아주 없지는 않다.
어쩌다 특별한 꿈을 꾸고 난 날이면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음날 오전 중으로 복권을 몇 장 사 보곤 했었다.
그중 여태껏 가장 잘 된 것이 다음 회차 복권을 한 장 맞바꿀 수 있는
정도의 금액이었다. 이후로는 복권을 사 본 지가 10년도 훨씬 넘은 것 같다.
복권의 1등 당첨 확률은 814만 분의 1이라고 하는데, 벼락을
연속으로 두 번 맞을 확률과 같다고 한다. 이 정도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봐야 할 것이다. 언론을 통해 더러 1등 당첨자가 나왔다는
기사를 접하기는 하지만 나로선 실감이 나지 않는다.
당첨 후 그들의 삶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더더욱 알 수 없는 일이다.
한 번도 직접 본 적이 없으니 말이다. 다만 미국의 복권 당첨자들 중
당첨 이후가 긍정적이기는커녕 도리어 불행으로 치달았던 사례가
더 많았다는 기사를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
복권을 자주 산다는 것은 삶이 그만큼 팍팍하다는 뜻이요,
아무리 봐도 희망이 안 보이는 인생 복권에라도 당첨되어 한 방에
뒤집어보자는 심리가 짙게 깔려 있지 않을까 싶다.
요행을 기대하며 사는 삶은 현실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다.
늘 뜬구름만을 좇기 때문이다.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살면서 그 과정
에서 행운이 따라와 주면 모를까, 현실은 도외시한 채 오로지 행운
하나만을 기대하며 산다면 그 인생이 제대로 될 리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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