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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홍內訌이라는 말 본문
라디오 뉴스를 듣고 있는데 '내홍'이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모 대기업 내에서 새로운 사업을 놓고 내부 갈등을 겪고 있다는 것이었다.
내홍 - 이 말을 이해하는 젊은이들이 얼마나 될 것이며,
기성세대 또한 그 말의 뜻을 제대로 알고 있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내홍內訌이란 안 내(內), 무너질(어지러울) 홍(訌)을 써서
'한 나라나 집단 안에서 구성원들끼리 다투는 일'을 뜻하는 말이다.
주로 정치권에서 많이 쓰는데 들을 때마다 거부감이 느껴진다.
시대와 맞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이다.
언어의 특징 중 하나가 세월이 변해도 옛것을 고수하려는 보수성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왕정시대에나 통할 법한 말을 문명이 첨단을 달리는
오늘날에까지 그대로 쓰고 있다는 건 문제가 있어 보인다.
언어란 세종대왕이 훈민정음 창제 과정에서도 밝혔듯, 특정인의
지식을 자랑하기 위함이 아닌 서로 간 소통에 일차적인 목적을 두고 있다.
상대방이 하는 말을 쉽게 알아들을 수 있어야 비로소 존재의 의미를 지닌다는 뜻이다.
들을 때마다 고개를 갸웃거린다면 더 이상 언어라고 보기는 어렵다.
내홍이란 말도 '내부 진통'이나 '내부 갈등'과 같이 들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얼마든지 바꿔쓸 수 있음에도 그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이는 마치 자동차가 질주하는 고속도로에 소달구지를 끌고 다니는 것과 다름이 없다.
시대에 맞는 말을 선도해야 할 방송에서조차 정치인들의 구시대 언어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법률 용어에서 특히 많이 발견되고 있다.
항소, 상고, 항고, 기각, 각하 등등 .. 단어만 들으면 왠지 어전御殿(임금이
있는 궁전)의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는가. 관련업계에서도 모르지는 않을 텐데,
그에 관해 개선하려는 노력이 좀처럼 보이지를 않고 있다.
이런 난해한 법률 용어들이 일제의 잔재라고도 하는데, 한편에서는
그토록 '반일'을 부르짖으면서 왜 이것들에 대한 청산 노력은 하지 않는지
궁금하다. 혹시 자신들이 하는 말을 일반인들이 알아듣지 못하는 걸
일부러 즐기고 있는 건 아닌지, 그럼으로써 위엄을 과시하려는 건 아닌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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