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휴대폰 연락처 본문
작고한 어느 스님이 무소유를 주창한 적이 있었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말라는 것이 아닌, 불필요한 것들을 갖지 말라는 뜻이라고 했다. 그것이 비단 물질에만 해당될까?
방송을 통해 한 유명 소통 강사의 강연을 보고 있었다. 어느 의뢰인의 사연이 소개되었다. 인간관계가 너무 많아 좀 줄이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는 것이었다. 본인의 휴대폰에 저장된 연락처가 8,700여 개, 카톡 친구가 6,800여 명, 모임 숫자가 20여 개라고 했다. 바깥 활동이 많다 보니 자연적으로 가족에게 할애하는 시간은 절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패널로 참여하고 있는 개그맨의 연락처는 1,600~1,800여 개, 강사의 연락처는 30 ~ 40개 정도라고 했다. 대외 활동이 많은 개그맨은 그렇다쳐도 유명 강사임에도 저장 번호의 숫자가 그처럼 적은 이유는 아는 사람일지라도 일정 기간 연락이 없으면 정기적으로 지우기 때문이라고 했다.
나 또한 지금보다 젊을 때는 바깥 활동이 꽤 많았다. 앞장서서 모임을 만들고 주도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아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것이 곧 삶의 자산이라고 생각했다. 그로부터 좀 더 세월이 흐른 어느 날 불현듯 의문이 들었다. 과연 그럴까? 내가 알고 있는 그 많은 이들이 내 인생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으며, 어떤 존재일까를 곰곰이 돌아보았다. 결국 의미 없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걸 비로소 깨달았다.
이후 외부 활동을 서서히 줄이면서, 휴대폰에 저장된 연락처도 하나둘 정리해 나갔다. 대신 그 시간을 나 자신의 내면 성장과 소홀했던 가족을 위해 할애하기 시작했다. 현재 내 휴대폰에 저장된 연락처는 대략 120여 개 정도가 된다. 그것도 몇 년이 가야 연락 한 번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그마저도 대폭 더 줄여야 할 판이다.
영국의 인류학자인 로빈 던바(Robin Dunbar) 교수는 말했다. 한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적절한 인간관계의 숫자는 150명 정도(= 던바의 수, Dunbar's number)이며, 그것을 넘어서면 제대로 관리가 어렵다고.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 숫자도 너무 많은 것 같다.
'글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입행원입니다 (3) | 2025.02.11 |
---|---|
강한 자 살아남는 자 (2) | 2025.02.07 |
직업과 사생활 (4) | 2025.02.06 |
나이를 앞세우기 전에 (5) | 2025.02.05 |
할머니가 해주시던 음식? (2) | 2025.02.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