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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행원입니다

자유인。 2025. 2. 11. 03:45

 

 

은행에 들렀다. 내 순서가 되어 창구에 앉으니 안내문 하나가 붙어 있었다. '신입행원입니다. 업무가 다소 서툴더라도 너그럽게 양해 바랍니다'라는 내용이었다. 근무한 지 얼마나 되었느냐고 물으니 이제 한 달째라고 했다. 취업이 얼마나 어려운 세상인데 축하한다고 인사를 전했더니 '감사하다. 열심히 하겠노라'라고 웃으며 화답한다.

 

이런 젊은이들을 만나면 왠지 아들 같고, 딸 같아 절로 눈길이 머문다. 본인은 물론 가슴 졸이던 그녀의 부모가 얼마나 기뻤을까. 그 순간은 마치 세상을 다 얻은 듯한 기분이었을 것이다. 시대마다 어려움이 없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갈수록 기계가 사람을 대체하는 요즘 대학을 졸업해도 갈 곳이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명문 대학도 호랑이 담배 피울 적 얘기일 뿐, 졸업을 하고 나서도 진로를 정하지 못해 헤매는 젊은이들이 셀 수가 없을 정도이다.

 

취업을 한다고 모든 게 다 끝나는 건 아니지만, 일단은 그때그때 마디마다 필요한 역할과 구실을 하는 게 우선이 아닐까 싶다. 이제 겨우 사회생활을 갓 시작한 새내기가 도래하지 않은 먼 미래의 일까지 앞당겨 걱정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누구든 처음부터 잘 하는 사람은 없다. 하나씩 부딪히고 깨어지며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내가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건 대학 졸업을 앞둔 12월 초순이었다. 생전 안 입던 양복 차림에 처음 접하는 조직생활과 업무에 당황하기도 하고, 실수도 하며, 때로는 선배들에게 혼나기도 하며 낯선 세상을 하나씩 익혀 나가던 그때가 어느덧 까마득한 옛날이다. 어설펐지만, 지나고 나면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첫 경험이다. 초등학교 입학했던 때, 중, 고등학교 들어갔던 때, 대학에 합격했던 때, 군대에서 고생하던 시절, 취업이 결정되었을 때, 신혼 시절 등등..

 

창구에서 만난 이름 모를 신입행원의 앞날에 밝은 미래가 함께하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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