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위험한 자가 진단 본문
![](https://blog.kakaocdn.net/dn/vtReK/btsMfEX4JI8/EltPcJRKfpL9roSYGGEVck/img.jpg)
바지 길이를 줄일 게 있어 동네 단골 수선집에 들렀다. 대략 일흔 중반은 넘었을(직접 물어본 적이 없으니 추측할 수밖에) 사장은 지난해 건강 문제로 적잖은 고생을 한 이후, 남편의 안위를 염려한 부인이 날마다 같이 출퇴근을 하고 있다. 오랜만에 들렀더니 부인의 오른쪽 엄지손가락에 두꺼운 붕대가 감겨 있어 물었다. 무슨 사고가 있었냐고.
지난해 12월 초순이라고 했다. 남편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어디를 다녀오는 길이었다. 목적지에 다다라 차에서 내리던 중, 미처 다 내리지도 않은 상태에서 차가 출발하는 바람에 그만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고 한다. 발등 위로 바퀴가 지나갔고, 넘어진 손도 일부 바퀴에 깔렸다. 당장은 눈에 보이는 외상이나 통증이 없어 병원도 가지 않은 채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사고 후 이틀이 지나면서 손과 손목 부위가 붓기 시작했다. 그제야 병원을 찾았더니 왜 이제야 왔느냐며 의사가 핀잔을 주더란다.
진단 결과 발등은 괜찮았지만, 오른손 엄지가 골절이 되면서 감염으로 이어져 급히 수술을 했고, 이후 한 달을 입원했다. 지금까지 모두 네 차례나 수술을 했는데도 앞으로 추가 수술이 더 남아 있다고 한다. 이렇게 길게 이어질 줄 몰랐고, 이렇게까지 심각할 줄 몰랐다고 한다.
신체적인 이상 증상이 나타났음에도 선뜻 병원 가기를 망설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젊은 층보다는 나이 든 세대에서 더 그렇다. 요즘 세대와 달리 병원 문화와는 익숙지 않은 시대를 살아왔기 때문이다. 아파도 즉시 병원을 가기보다는 자가 진단을 통해 얼마간 버텨 보다가, 더 악화되고 나서야 뒤늦게 병원을 찾게 된다. 수선집 부인도 그런 사례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그 즉시 병원에 갔더라면 감염도 막을 수 있었을 테고, 지금보다는 경과가 훨씬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 병원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도 문제지만, 어디까지나 병은 자가 진단보다는 전문가인 의사에게 맡길 일이다.
아무도 대신해 줄 수 없는 건강, 하루빨리 쾌차하시라는 인사를 남기고 수선집 문을 나섰다.
'글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격증이 지니는 의미 (1) | 2025.02.15 |
---|---|
행복지수를 높이는 길 (3) | 2025.02.14 |
신입행원입니다 (3) | 2025.02.11 |
휴대폰 연락처 (6) | 2025.02.10 |
강한 자 살아남는 자 (2) | 2025.02.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