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서울 여행 (12)
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대한민국의 오랜 수도답게 서울은 교통, 문화 등 모든 기반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전국 어느 도시를 가 봐도 이만한 곳이 없다. 단점이라면 면적에 비해 인구가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오랜만에 광화문 나들이에 나섰다. 서울시청 건물이다. 왼쪽이 신청사, 오른쪽에 보이는 건물이 구청사이다.이곳을 지날 때마다 매번 같은 의문이 반복되곤 한다. 디자인 도시를 표방하는 서울에서 건물을 지어도 저렇게 지었을까 싶어서다. 신청사는 어느 유명 외국 건축가의 작품이라고 하는데, 그 건물 하나만 놓고 본다면 그런대로 봐 줄 만하다. 하지만 앞에 있는 구청사와 함께 보면 부조화도 저런 부조화가 없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미적인 측면에서 볼 때 도무지 후한 점수를 줄 수가 없다. 개인적으로 ..
내가 난생처음 서울 구경을 한 건 초등학교 5학년 겨울방학 때였다.조선호텔에서 열린 이종 형님의 결혼식 참석을 위해 아버지를 따라갔던 길이었다.내가 살던 고향에서는 서울 가는 기차가 없어 김천역까지 버스로 이동한 후거기에서 다시 서울행 기차를 타야만 했다. 당시에는 '특급열차'로 불리었는데, 지금은 사라진 통일호 열차가 바로 그것이었다. 외국 가는 비행기를 처음 탈 때가 그런 기분이었을까. 가기 전에도, 기차를 타고 나서도, 서울에 도착해서도 내내 두근거리는 가슴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때만 해도 시골에서 서울을 한 번이라도 다녀온 이들은 '출세'의 상징이자더없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만큼 서울 나들이가 어려운 시절이었다. 교통 신호등을 본 것도, 양변기를 구경한 것도 그때가 처음이었고, 시내버스란 ..
외국인의 시각으로 보는 대한민국의 중심은 어디일까? 물론 수도가 서울이다 보니 거기 어디쯤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친구들과의 모임이 있던 날 오랜만에 명동을 찾았다. 학창 시절엔 종종 찾곤 하던 곳이었지만,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부터는 특별한 약속이 있지 않는 한 일부러 들를 기회는 많지 않았다. 명동은 쇼핑의 천국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천주교의 상징인 명동성당으로도 잘 알려진 곳이다. 서슬 퍼런 군사정권 당시 명동성당은 이 나라 민주화 운동의 성지이자 중심지이기도 했다. 불과 얼마 전, 코로나로 온 나라가 얼어붙었을 때만 해도 그렇게나 붐비던 명동에서조차 행인 한 명을 구경할 수가 없었다. 끝이 없을 것만 같았던 터널도 무사히 지나고 봄다운 봄이 찾아오면서 적막강산이던 명동에도 다시금 활기가 느..
사람들은 대체로 가까이 있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자주 지나치면서도 애써 관심을 가져본 적도, 기울여본 적도 없이 다른 동네만을 기웃거리곤 한다.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다는 생각에우선 먼 곳부터 다녀온 뒤 나중에 기회가 되면 가보겠노라고 하면서.안타깝게도 그런 기회는 생각처럼 쉽게 오지 않는다. 해외 여행이 마음처럼 쉽지 않듯, 국내 역시 일부러 계획하지 않으면 매번 가는 데만 갈 뿐이다.누군가 내가 사는 지역에 관해 설명 좀 해보라고 하면 딱히 할 얘기가 없는 건 그 때문이다.한 달에 한 번씩 친구들과 못 가본 서울 시내를 돌아보고 있다.퇴직 후 마음 맞는 친구들을 몇 명 규합하여 내가 앞장서 만든 모임이다.시골에서 올라온 지 40년이 훨씬 넘었지만 가본 곳보다 안 가본 곳..
난생처음 기차를 타본 건 초등학교 5학년 겨울 방학 때였다.이종 형님의 결혼식 참석을 위해 서울 가시는 아버지께서 웬일로 나를 데리고 가셨던 것이다.내가 사는 곳에는 서울행 노선이 없어 인근 지역까지 가서 열차를 갈아타야 했다.당시 탑승했던 기차는 '특급열차', 지금은 사라진 통일호 열차였다. 기차가 영등포역을 지나 서울로 들어서던 순간 얼마나 가슴이 두근거리던지.한적한 기차역을 볼 때면 나도 모르게 자꾸만 지난날을 회상하게 된다.서울과 인연을 맺은 지 꽤 됐지만 노원구 쪽은 영 낯설다.내가 사는 지역과 멀다 보니 상대적으로 가볼 일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아주 오래 전 공릉동 어디쯤에 살던 친구네 집들이 다녀온 게 전부였다.그것도 밤중에 갔으니 통 기억이 없다.경춘선 숲길을 다녀왔다.옛 경춘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