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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답례

자유인。 2021. 6. 23. 09:42

우리는 타인과 늘 부대끼면서 살아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때로는 감동을 받기도, 또 때로는 서운함을 느낄 때도 있다.

그 같은 감정의 발로는 대부분 나에 대한 상대방의 배려 유무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아무리 선한 마음으로 나에 대해 배려를 할지라도

그것들은 다 언젠가는 갚아야 할 다 마음의 빚인 것이다.

 

나는 누구에게 크고 작은 신세나 도움을 받으면

어떤 형태로든 보답을 하는 것을 철칙으로 여기며 살아왔다.

그래야 내 마음이 조금이라도 더 편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내가 결혼을 할 때는 대구에서 했다.

서울에서 멀리까지 일부러 내려온 친구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

돌아가는 기차표를 일일이 끊어주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에는 조문 와주신 고마운 분들에게 

별도로 찾아뵙고 식사 대접을 하기도 했다.

 

아이들이 결혼했을 때 역시 축하 인사를 보내주신 분들에게

답례 선물을 보내거나 식사 대접을 잊지 않았다.

 

나 역시 다른 사람들의 경조사에 참석하거나 인사를 전하고는 있지만 

사후 인사를 하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형식적인 문자 메시지 이외에는.

 

그 문자 메시지란 것도 자신이 직접 작성했다기보다

시중에 나도는 내용들을 토씨 하나 다르지 않게 그대로 베낀 것에

불과하다 보니 보내는 이의 진정성을 느낄 수가 없었다.

 

 

얼마 전 친구 아들의 결혼식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그날 마침 지방 일정과 겹쳐 부득이 참석은 못 할 것 같아

전화와 문자를 통해 혼주의 사전 양해를 구했다. 

 

결혼식을 마친 며칠 후 낯선 택배가 왔다.

혼주가 보낸 것이었다.

 

아마도 축의금만 전하고 참석하지 못한 이들에게 보내는 답례품인 듯했다.

여태껏 살면서 처음으로 경험해 보는 일이었다.

 

묵직한 감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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