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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 전성시대

자유인。 2023. 2. 1. 21:33

 

급등한 난방비가 세간의 화제다.

작은 아파트에 사는 신혼의 딸아이가 비명을 지를 정도였다.

더 넓은 우리집보다도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잘못 나왔나 싶어 다시 확인을 해보라 했지만, 그건 딸아이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3월이면 한 차례 더 오른다고 하니 간단한 일이 아니다.

어렵게 하루하루를 이어가는 서민들의 시름이 갈수록 깊어만 간다.

집 근처 시립도서관을 종종 애용하고 있다.

책도 빌려보고 공부도 할 수 있는 환경으로 이만한 곳이 없다.

 

열람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실내가 너무 덥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 세상이 온통 난방비 문제로 들끓고 있는데 여기만은 무풍지대인가.

바깥에 있다 들어와 그런가 보다, 하고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

​한참을 앉아 있어도 덥기는 마찬가지였다. 너무 더워 졸리기까지 했다.

 

공부하러 온 사람이 여기까지 와서 졸아서야 되겠는가.

​관리실에 얘길 했더니 조금 전 누가 와서 다리가 시리다며 온도를 올려달라는 요청이 있었단다.

누구는 춥다 하고, 누구는 덥다 하니 다 맞추기가 어렵단다.

이런 현상은 지하철에서도 종종 경험하게 된다.

요즘엔 객실마다 연락처가 비치되어 있어 고충이 있을 때면 누구나 민원을 넣을 수가 있다.

가장 빈번한 것이 여름철 냉방이나 겨울철 난방의 온도를 낮추거나 높여 달라는 것이다.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니 저마다의 요구를 다 수용하기란 불가능에 가깝지만,

그렇다고 모른 척 외면하자니 고객의 의견을 무시한다는 민원이 또 신경 쓰인다.

그러다 보니 수시로 온도가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한다.

바야흐로 민원 전성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민원(民願)이란 문자 그대로 자신의 요구에 맞춤 서비스를 해 달라는 뜻이다.

당사자 입장에서야 그것이 받아들여지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 반대편에서 각기 다른 저마다의 생각들을 일일이 다 들어주고, 조정하며,

설득해야 하는 입장에 서면 마냥 쉽지만은 않을 듯하다.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민주주의 역시 세상의 모든 이들을 일일이

다 챙기고 배려하려다 보면, 정작 바다로 가야 할 배가 산으로 올라가는

우(愚)를 범할 수 있음을 관리자나 지도자는 명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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