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내가 사진을 찍는 이유 본문
길고 긴 인생을 즐겁게 보내려면 젊었을 때부터
평생 질리지 않을 만한 취미를 하나 마련하는 것이 좋다.
- 가와키타 요시노리 <놀이의 품격> 중에서 -
사진은 어느덧 나에게는 특별한 일이 아닌 밥을 먹듯 삶의 일부가 되었다.
모르는 사람들은 '왜 저리도 찍을까'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기도 한다.
길을 오갈 때도, 밥을 먹을 때도, 커피를 마실 때도,
술을 마실 때도 나의 눈은 늘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충만해 있다.
색다른 피사체는 언제, 어디서든 예고도 없이 찾아온다.
아무리 멋진 피사체도 그 찰나를 담지 못하면 그저 지나는 한줄기 바람일 뿐이다.
그러기에 외출을 할 때면 습관처럼 카메라부터 챙긴다.
없을 땐 아쉬운 대로 휴대폰을 활용하기도 하지만, 화질이 마뜩잖다.
내가 사진을 찍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삶의 기록이다.
가족이나 친구, 또는 지인들과 나들이를 다녀오면 눈에 보이지 않는 기억만 남을 뿐인데,
거기에 사진을 가미하면 기억이 시각화된다는 특징이 있다.
사진 하나만으로 그때, 그 장소에서 있었던 일들이 뭉게구름처럼 피어오르는 마법을 발휘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대체로 찍는 그 순간뿐, 그 안에 담긴 의미를
되새기는 경우는 많지 않은 듯하다.
두 번째는 자료로 활용하기 위함이다.
내가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늘 새로운 사진들이 필요하다.
내용에 걸맞은 사진들이 있으면 좋고, 그렇지 않으면 어울릴 만한 것들을 그때그때 적절히 활용한다.
블로그는 나의 개인 공간이긴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 열린 공간이기도 하기에
같은 소재나 사진이 반복되면 신선미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많이 찍는 만큼 버리는 사진도 많다. 넘쳐나는 사진을 다 보관할 수도 없을 뿐더러
과감한 선별 과정은 찍는 일 못지않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공모전 출품이다.
해마다 전국적으로 무수한 사진 공모전이 열리지만, 내가 눈여겨보는 곳은 몇 군데로 제한되어 있다.
주로 정부기관에서 주최하는 것들이다. 일부 단체에서 주관하는 공모전은
심사 기준이 다소 모호한 데다, 어딘가 편향적인 느낌이 있는 데 반해,
정부 공모전은 비교적 객관적이면서 공정성이 보장된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날짜가 닥쳐서 준비하려면 어렵다. 평소에 여유를 가지고 찍어 두면 기회가
왔을 때 보다 느긋한 마음으로 대처할 수가 있다. 물론 찍는다고 다 작품이 되는 건 아니다.
지금껏 찍은 그 많은 사진 중에서도 내 마음에 드는 건 불과 몇 장에 불과할 뿐이다.
그 동안 수없이 출품을 거듭했지만, 순위에 든 경우보다 떨어진 횟수가 더 많았다.
재야의 고수들이 얼마나 넘쳐나는데 될 확률보다 떨어질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은 지극히 정상이 아닌가?
가물에 콩 나듯 어쩌다 하나를 건질 뿐이지만, 그 하나가 주는 희열은 심마니가
산삼을 발견했을 때의 그것에 비유할 수 있을까?
내가 오늘도 쉼 없이 사진을 찍는 것도 어쩌면 그 하나를 건지기 위한
지난한 여정의 일환이 아닐까? 결과가 있으면 더욱 좋겠지만,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그 과정 자체만으로도 나는 이미 충분히 행복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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