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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없이 관대한 약수터 문화

자유인。 2024. 6. 24. 06:25

 

 

 

방송에서 웬 남자 둘이서 산을 오르다 약수를 떠먹는 장면이 나왔다.

국자는 하나였고, 당연한 듯 같은 국자로 돌아가며 마신다.

'시원한 약수 한잔 마시니 저절로 건강해지는 느낌'이라며 뿌듯해한다

 

어느 약수터를 가든 비슷한 광경을 볼 수 있다.

국자가 한두 개 또는 여러 개 걸려 있고, 너도나도 그것들을 이용해 물을 마신다.

누군지도 모르는 수많은 이들이 같은 국자에 입을 대고 마셨지만,

그에 관해 의문을 품는 이들은 그다지 많지 않은 듯하다.

 

남이 쓰던 숟가락이나 젓가락을 내 입에 넣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렇다고 음식점의 그것들처럼 일일이 세척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신기한 것은 일상생활에서 누구보다 위생을 앞세우는

이들도 약수터 국자 앞에서는 더없이 관대하다는 사실이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최근 들어 많이 개선이 되긴 했지만, 우리네 식탁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여럿이 먹는 찌개 등에 공용 국자도 없이 너도나도 수저를 들이미는 경우이다.

가족이라면 모를까, 생각만 해도 꺼림직하다.

 

문화란 경제적인 바탕과 궤를 같이한다.

버스나 택시 안에서 거리낌 없이 담배를 피우던 모습은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기차를 타면 내 집인 듯 술판을 벌이던 광경도 사라졌다.

그것들이 잘못된 행동임을 경제가 발전하면서 비로소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독 약수터에서만은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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