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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 공화국

자유인。 2025. 3. 17. 15:51

 

 

현직 시절 내가 근무하던 서울 강남에 가로수길이라는 곳이 있었다. 거기에는 한 집 건너 하나씩 성형외과가 있었다. 한글은 물론 우리가 잘 읽을 수도 없는 중국어 간판까지 함께였다. 알고 보니 '성형은 한국'이라는 소문이 이웃 나라에까지 퍼지면서 오로지 성형만을 위해 바다를 건너오는 관광객이 넘쳐났다고 한다.

 

바야흐로 성형이 일반화된 세상이 되었다. 남성도 아주 없지는 않지만 주된 고객은 여성이 다수를 차지한다. 그 숫자가 워낙 많아지다 보니 길을 가거나, 지하철을 타면 주변에 똑같이 생긴 코가 즐비하다. 본인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한눈에 금세 파악이 될 만큼. 비단 연예인뿐만 아니라 대중들에게 자신의 얼굴을 내보일 일이 없는 일반인까지 다반사가 되었다.

 

방송에 등장하는 연예인은 하나같이 치열이 마치 자로 잰 듯 고르다. 어쩌면 저렇게 예쁜 치열을 타고났을까 싶다가도, 그들의 과거 모습을 보고 나면 '그러면 그렇지'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어느 한 곳 손을 대지 않은 곳이 없다. 어쩌랴. 얼굴이 곧 재산인 연예인으로서는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대중을 상대하는 사람으로서의 예의인지도.

 

다른 한편으로 알 수 없는 '배신감'이 들기도 한다. 달라도 너무 달라서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했던 가까운 지인들이라면 더할 것이다. 그들에 비하면 내 얼굴은 집을 몇 채 팔아도 부족할 만큼 고칠 곳이 넘치지만, 그렇다고 원판 보수를 위해 그 많은 돈을 투자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아니, 그럴 능력도 없다. 충분히 예쁜 얼굴임에도 무허가 '성형 기술자'에게 함부로 얼굴을 내맡겼다가 더 예뻐지기는커녕 영영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몇몇 유명 연예인의 안타까운 사례도 떠오른다.

 

예로부터 더 예뻐지거나 아름다워지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 어쩌면 자연스러운 본능인지도 모른다. 이런 글을 쓰는 나조차 그동안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두어 번 점을 빼러 간 적이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도 '전보다 인물이 좋아졌다'라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본인 이외에는 상대방의 얼굴에 무엇이 있었는지, 혹은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관심조차 없을뿐더러, 결국 자기만족일 뿐이라는 얘기다. 어쩌겠는가. 흐르는 세월과 더불어 곱기만 하던 얼굴에 어느새 드리워진 주름을 아무리 펴고, 코를 높이고, 검버섯을 지워본들 그에 비례하여 수명은 더 연장되지 않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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