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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여행

그곳에 가면 - 강화 나들이(2)

자유인。 2023. 2. 11. 20:43

커피 문화가 대중의 주목을 끌기 시작하면서 전국적으로 훌륭한 시설의 카페가 많이 생겨났다.

그런데 딱히 어디가 제일이다 할 만큼 차별화된 곳을 찾기는 쉽지 않다.

요즘 같은 군웅할거 시대에 여럿 중의 하나(one of them)보다는,

독보적인 개성을 지닌 것(the only one)이 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누가 나에게 그 동안 들러본 카페 중 개인적으로 하나만 꼽으라고 한다면

망설이지 않고 대답할 수 있는 곳이 한 군데 있다. 강화도의 '조양방직'이라고 하는 곳이다.

밴댕이에 이어 내가 강화도에서 인상 깊었던 두 번째 장소이기도 하다.

 

 

이름만 들으면 카페라기보다는 무슨 공장을 연상하게 된다.

그렇다. 조양방직은 과거 굴지의 직물산업 도시였던 강화의 옛 방직공장 이름을 그대로 가져왔다.

이 세상에 영원한 건 아무것도 없듯, 한때 융성했던 강화의 방직산업도 시대의 물결에

따라 쇠퇴의 길을 걸었다고 한다. 1958년에 폐업을 한 후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던 건물을

어느 골동품 수집가가 인수를 했다고 한다.

 

누구에게는 버려야 할 유산이나 쓰레기 취급을 로 받는 것도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보물이 되기도 한다. 조양방직이 그런 경우였다.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던 공장 건물이 그 수집가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보물 창고'였던 것이다.
부지와 건물 골조는 그대로 유지한 채 1년 간의 보수공사를 거쳐 카페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고 한다. 그의 생각은 그대로 적중했다.

 

수많은 문화 유적이 산재한 강화에서 조양방직은 어느덧 지역을
대표하는 명소 중의 하나로 떠올랐다. 오로지 이곳만을 들르기 위해 강화를 찾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정도이다. 실제로 내가 방문했던 날, 나에게 사진을
부탁한 아주머니 일행도 유명하다는 소문을 듣고 전남 영광에서 일부러 올라왔다고 했다.

 

무엇보다 이곳에는 볼 거리가 넘쳐난다.
우리나라 옛날 생활용품을 비롯해서 세계 각국에서 모은 각종 수집품들이 엄청나다.
그 크기나 규모가 일반인들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테이블이나 의자가 규격화되지 않은 제각각의 형태를 띠고 있는데도
그 나름의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조양방식을 보면서 배운다.
세상살이에는 남들처럼 생각하기보다는 '역발상'이나 '거꾸로 보기'가 때로는 필요하다는 것을.
지자체 차원에서도 감히 생각하지 못했던 획기적인 발상을 한 사업가가 해낸 것이다.
얼마 전 보았던 예산시장의 경우처럼, 진정한 고수는 제도권보다는 재야에 숨어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아날로그 감성이 그리운 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