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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음식점

다시 찾은 케밥집

자유인。 2025. 1. 4. 04:23

 

얼마 전 '국내에서 즐기는 해외여행'의 일환으로 안산 케밥 전문점을 들렀었는데 그때 먹었던 케밥이 또 생각났다. 나는 내 돈 주고 사 먹은 음식이 맛이 없으면 그 집은 다시 눈길을 주지 않지만, 괜찮다 싶으면 재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이 집도 그런 곳 중 하나였다.

 

어느 휴일 아침, 아직 꿈나라를 여행 중인 아내 몰래 전철을 타고 안산역으로 향했다. 이날은 현장에서 먹기보다는 포장을, 나보다는 아내를 위한 목적이 더 컸다.

 

 

얼마 전 그녀가 러시아에서 먹었던 케밥 이야기를 했던 게 생각나서였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24시간 문을 연다 하여 이른 아침부터 길을 나선 것인데 가게 앞에 도착해 보니 아직 개점 전이었다. 이런 낭패가? 다시 돌아갈 수도 없어 근처에서 시간을 보내다 문이 열리자마자 들어갔다.

 

 

키오스크로 주문을 마친 후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매니저와 앉아 이런저런 얘길 나눴다. 본인과 요리사는 튀르키예 출신, 주인은 키르기스스탄 출신이라고 했다. 서울에서 매일 자동차로 출퇴근을 한다는데, 월급을 얼마나 받는지는 모르겠지만 왕복 80여 킬로미터를 날마다 오간다는 게 만만치 않아 보였다. 다 아이들 교육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에 온 지 10년째라는 그는 우리말이 유창했다. 외국인의 우리말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 중 하나는 토착민만이 쓸 수 있는 표현을 얼마나 잘 구사하는가를 보면 금세 알 수 있다. 우리말을 잘한다고 칭찬했더니, 그의 입에서 '먹고살려니 열심히 배워야지요'라는 말이 나왔다. 그 정도면 더 이상 볼 것도 없었다.

 

 

내가 선택한 메뉴는 양고기, 닭고기, 그리고 양과 닭이 함께 들어간 MIX형 세 가지로 하나만으로도 성인 한 사람 끼니로 충분했다. 양이 적은 사람은 두 사람이 나눠 먹어도 될 만큼. 집에 도착할 때까지 한 시간 가량이 걸렸음에도 온기가 그대로 살아 있었다.

 

 

하나에 김밥 두 줄 정도의 가격인데, 김밥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내용물이 충실했다. 오랜만에 먹어본 아내도 꽤 흡족해했다. 신경 써서 사 온 음식을 누군가 맛있게 먹어주는 것만으로 얼마나 큰 기쁨인가. 혹시 이 집을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아마도 몇 달이 지나서일 것이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너무 자주 먹게 되면, '다시는 냄새도 맡기 싫다'라며 고개를 돌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음식도, 사람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때 더 오래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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