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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언어 습관

자유인。 2025. 2. 24. 05:22

 

 

거의 매일처럼 글을 쓰다 보니 한글사전을 찾는 일이 부쩍 잦다. 쓰면 쓸수록 우리말이 참으로 쉽지 않다는 걸 체감한다. 맞춤법도 그렇고 띄어쓰기도 그렇다. 오랜 기간 반복 훈련을 거듭한 덕분에 많이 나아진 편이긴 하지만, 여전히 확신하지 못하고 어려운 단어들이 즐비하다. 그나마 요즘에는 맞춤법 자동 검사 기능이 있어 일부 도움을 받고는 있어도, 백 퍼센트 의존은 불가능하다.

사람이 아니다 보니 더러 인지 오류가 발생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최근 올린 글(제목 : 가르쳐 줄 수도, 따라다닐 수도 없는) 중에 '성 문화'란 단어가 있었다. 내가 의도한 건 성 문화(性 文化)여서 띄어 썼더니, 컴퓨터에서는 成文化(글로 나타내어 정착시킴)로 인지하여 붙여 쓰라고 명령을 내리는 식이었다.

 

학교 때 배운 우리말 표준어 규정 원칙은 '현재 중류 사회에서 쓰는 서울말을 표준말로 한다(조선어학회 제정)'였지만, 1988년 국립국어원에서 표준어 규정을 대폭 정비하면서 '표준말'을 '표준어'로, '중류 사회'를 '교양 있는 사람들'로, '현재'를 '현대'로 각각 고쳐, 지금은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을 기준으로 함을 원칙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말이라고 해서 다 믿을 것도 못 된다. 잘못 쓰고 있는 우리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애기(아기), 애끼다(아끼다), 노나 먹다(나눠 먹다), 줏어서(주워서), 멕이다(먹이다) 등이 모두 서울에서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고 있는' 비표준어들이다.

 

구어체일 경우에는 그런대로 넘어간다지만, 문어체일 경우 생각처럼 간단치가 않다. 두고두고 기록으로 남기 때문이다. 일례로 언젠가 정부 어느 고위직 인사가 현충원을 방문하면서 방명록에 ' ~ 읍니다'로 표기하여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예전에는 " ~ 읍니다'가 맞는 표현이었지만, 맞춤법이 개정되면서 ' ~ 습니다'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고위직일수록, 사회 저명인사일수록 수많은 눈들이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기에, 맞춤법이 틀리면 자칫 교양 수준까지 의심받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 우리말 바로 쓰기는 결코 소홀히 넘길 문제가 아니다.

 

 

모국어인 우리말도 그러한데 남의 말인 영어는 오죽하랴. 길을 오가다 자주 목격하게 되는 표기 오류 사례 중 하나가 'Grand Open'이다. 굳이 우리말로 풀이하자면 '대개장(大開場) 또는 대개업(大開業 - 성대하게 문을 연다는 의미)'이라는 의미인데, 오늘날에 와서는 대부분 'Grand Open'이라고 표기할 때가 많다. 이 역시 틀린 표현이다. open 이란 단어는 '열린'이란 뜻을 지닌 형용사요, '문을 열다'라는 뜻을 지닌 동사이기에 'Grand Opening'이라고 해야 맞다.

 

 

동네 매장에 들렀다 모처럼 제대로 된 표기를 만났다. 어쩌다 가물에 콩 나듯 하는 일이지만,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듯 반갑다. 최근 본 어느 방송에서 모 소통 강사가 말했다. 우리는 평소 다른 노력은 많이 하면서 바른 언어, 예쁘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쓰려는 노력은 별로 하지 않는다고. 그러면 결국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잘못된 언어 습관을 그대로 반복할 수밖에 없는 거라고. 언어의 제1 목적은 소통에 있다지만, 같은 말이라도 이왕이면 좀 더 올바른 우리말을 구사할 수 있다면 사람도, 품격도 그만큼 더 빛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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