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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어제부터 접수가 시작된 사진 공모전에 참가 신청을 한 후 그 동안 준비해 둔 작품들을 엄선해서 보냈다. 사진은 촬영하는 과정도 어렵지만, 그것들을 선별하는 과정은 더 어렵다. 더욱이 치열한 경쟁을 거쳐야 하는 공모전 출품을 위해 대상 작품을 고르는 작업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갈등의 연속이다. 주로 어느 것을 넣고, 어느 것을 뺄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신청을 완료한 후에도 갈등은 멈추지 않는다. 저걸 빼고 이걸 넣을 걸 그랬나, 이걸 빼고 저걸 넣을 걸 그랬나, 하는 식이다. 고민을 거듭한다고 해서 결과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전적으로 주최 측의 소관이기 때문이다. 출품할 사진들은 몇 년에 걸쳐 준비 과정을 거친다. 언제, 어디에서, 어떤 주제가 등장할지 모르기 때문에 미리미리 다양한 주제를 놓고..

장마인가 보다. 며칠째 비가 이어지고 있는 걸 보면. 내리는 빗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왠지 마음이 푸근해진다. 복잡하던 머리가 차분히 정리되기도 한다. 이럴 땐 음악을 들어도 좋고, 책을 읽어도 좋고, 부침개에 막걸리 한잔을 곁들여도 좋다. 다 빗소리가 만들어 주는 분위기 덕분이다. 출근을 하던 시절,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엔 횡단보도 앞에 잠시 멈출 때마다 운전석에 앉아 길을 건너는 행인들을 찍곤 했었다. 자동차 안에서만 포착할 수 있는 피사체의 매력이 있었다. 위 사진은 2년 전 이맘때 출근길 아침 강남대로에서 휴대전화로 찍은 풍경이다. 사진만으로도 그날 내린 비의 양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이 간다. 이렇듯 도시인들에게 있어 비는 낭만의 대상이지만 농민들에게는 애증의 대상이기도 하다. 불과 얼마 전까..

요즘 식당은 대부분 '1인 1메뉴'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두 명이 오면 2인분을 주문해야 하고 세 명이 오면 3인분을 주문해야 하는 식이다. 세 명이 들어와서 한 명은 먹고 왔다며 2인분만 시키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인건비나 임대료가 다락같이 올라가니 기본적인 매출을 유지하기 위한 그들만의 고육지책이 아닌가 싶다. 아침, 점심, 저녁 끼니를 때우기 위함이라면 이해가 간다. 점심 시간도 훨씬 지난 시각, 지인들과 음식점을 찾았다. 이미 다들 점심은 먹은 상태, 뒤풀이 술안주 용도로 한두 가지 요리만 시킬 생각이었다. 그런데 주인은 1인 1메뉴라며 인원수대로 주문할 것을 요구했다. 아니, 요리에도 1인 1메뉴를? 일행의 분위기를 위해 더 이상 얘기는 안 했지만 이것은 분명 '1인 1메뉴'의 지..

살면서 가장 힘든 일이 무엇일까? 돈, 입지 구축, 치열한 경쟁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빠질 수 없는 건 사람과 사람 사이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나 역시 가장 스트레스가 컸던 건 오랜 직장 생활에서 수반되는 인간관계로 인한 문제였다. 여러 유형의 성격이 모인 집단이다 보니 호흡이 잘 맞는 이가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더욱 힘들었던 건 상식 밖의 인물을 매일처럼 봐야 하는 일이었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호불호에 대한 자유로운 선택권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는 점. - 자유인이 된 후 얻게 된 가장 반가운 선물이다.

어느 유명 연예인이 오랜 기간 병원 신세를 지면서 인간관계를 대폭 정리했다는 이야기를 방송을 통해 들은 적이 있다. 그 동안 '내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이들은 무심한 반면, 평소 '그저 그런 사이'라고 여겼던 이들이 오히려 물심양면 자신을 위해 관심을 기울이는 것을 본 뒤 행한 일이었다는 것이다. 가까운 지인이 힘들어하고 있을 때 어떤 태도를 취하는 게 좋을까? 마음은 아프지만 혹시라도 당사자에게 누가 될까 봐 침묵하는 경우가 있는 반면, 글이나 전화 혹은 다른 방법으로 위로의 말을 건네는 이들도 있다. 위 연예인의 경우처럼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처하게 되면 인간의 감정의 촉수는 평소보다 한층 예민해진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시선 역시. 부부 사이일지라도 표현하지 않으면 서로의 마음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