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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 유홍준 - 우리 주변에서 접하게 되는 많은 식물들의 이름을 대개는 그냥 보기만 한 채 지나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 역시 짧지 않은 세월 동안 같은 대상들을 셀 수 없을 만큼 무수히 보고 또 보아 왔지만, 모르기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그것들의 이름을 줄줄이 꿰고 있는 이들을 보면 부럽긴 했지만, 나 스스로 그것들에 관심을 기울이려는 노력은 해보지 않았다. 그랬던 내가 요즘 들어 변하고 있다. 스마트폰에 꽃 이름을 알려주는 기능이 있다는 걸 알고 나서부터였다. 길을 가거나, 산책을 하다 궁금한 것이 있어 질문하면 그 즉시 답을 가르쳐 준다는 게 신기해서 하나 둘 검색하기 시작했는데, 그런 습관이 자연스런 일..

혼자서 식사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다른 사람과 마주앉아 하게 되는 경우가 더 많다 보니 저마다의 독특한 습관을 지닌 이들을 만나게 된다. 우리 음식은 여러 사람이 같은 상에 놓인 공용의 반찬을 각자의 젓가락을 이용해 집어 먹는 형태가 주를 이루고 있다. 자연히 같은 반찬 그릇에 다수의 젓가락이 반복적으로 드나들게 된다. 이때 본인이 원하는 반찬을 한번에 집으면 좋을 텐데 수없이 뒤적거리다 하나를 집어 드는 이들이 있다. 한 지붕 아래 사는 가족이면 그나마 수용이 되겠지만 타인과의 식사 자리라면 이만저만한 실례가 아니다. 아니, 실례 차원을 넘어 적잖은 불쾌감을 자아내는 행동이기도 하다. 먹방 프로그램이 많아진 요즘, 유난히 '지저분한' 식습관을 지닌 출연자들을 종종 본다. 젓가락을 들고 이곳저곳을..

뭐니뭐니 해도 세상을 움직이는 주체는 사람이다. 나를 감동케 하는 것도, 나를 슬프게 하는 것 역시도 사람이다. 다른 무엇이 있어도 그 곳에 사람이 없다면 의미가 없다. 만남을 위해서는 모종의 틀이 필요하다. '언제 한 번'이란 기약도 없는 겉치레 인사일 뿐이다. 누군가 나를 위해 밥상을 차려주기만을 기다린다면 아무도 나를 찾지 않을 것이다. 타인을 위해 봉사할 수 있고 희생하려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숫자보다는 진정으로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며, 배려할 수 있는.

내가 냉면 맛을 알게 된 지는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그것도 일반적으로 많이 알려진 평양냉면이나 함흥냉면이 아닌 수도권에서는 다소 생소한 편인 진주냉면을 통해서였다. 우연히 그 맛을 알게 된 뒤로 진주에 있는 전문점을 방문하기 위해 일부러 여러 차례 내려가기도 했었다. 이 냉면의 다른 점은 면 위에 고명으로 쇠고기 육전을 얹는다는 점이다. 본래 면 종류는 고기와 함께 먹을 때 그 맛이 배가되는데 아마도 그 점을 고려한 듯하다. 평양, 함흥냉면 맛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한두 번만 먹어보면 이내 그 진수를 알게 되는 것이 바로 진주냉면이다. 나 역시도 처음에는 낯선 진주냉면 맛에 영 마음이 끌리지 않았었다. 최근 내가 사는 지역에도 진주냉면 전문점이 생겨 몇 년째 성업 중이다. ..

무릇 인간관계는 적당한 거리가 유지될 때 보다 오랜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 같다. 너무 가깝다 보면 본의 아니게 실수하는 일이 생기거나 여러 모로 기대치가 높아지게 되고, 그러다 결국 안 좋은 결과를 낳는 경우를 종종 보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너무 멀다 보면 무언가 연락을 해야 할 일이 있어도 오랜 공백으로 쉽게 접근을 하지 못하는 문제를 낳게 된다. 살면서 맞닥뜨리는 사기, 배신 등의 안타까운 상황도 알고 보면 거의 대부분 가까운 사이에서 발생한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터득한 삶의 지혜는 바로 이것이다. - 사람 관계는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