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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형제들을 이어주는 최후의 끈은 부모의 존재이다. 잘났건 못났건 당신들이 살아 계실 때는 어떻게든 형제관계는 유지된다. 그러다 부모가 떠나고 나면 가라앉아 있던 문제들이 비로소 수면 위로 드러난다. 주변을 돌아보면 부모 떠난 뒤 원만한 형제관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드러내기엔 창피한 일인지라 표현만 하지 않을 뿐, 어쩌다 얘기가 나오면 그런 집이 한두 집이 아님을 금세 알 수 있다. 어느 한 사람이 독점하려는 재산 문제가 가장 커 보이고, 서로에 대한 까닭 모를 질투, 시기, 비난 등이 그 뒤를 잇는다. 같은 부모에게서 난 자식들일지라도 그들의 성격이나 성향은 각기 다를 수밖에 없다. 형제이기에 다 아는 것 같지만 모르는 경우가 더 많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데 ..

그러고 보니 요즘 들어 배가 부른 임산부를 보기가 어렵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출퇴근 길에 만삭이 가까워오는 임산부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는데 그런 모습을 목격한 지 언제인지 모른다. 지하철 안 역시 임산부석은 칸칸이 마련되어 있는데 그 자리에 실제로 임산부가 앉은 걸 본 적이 거의 없다. 아기를 안고 있는 엄마의 모습 역시 본 지 오래다. 우리 나라 인구가 급감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반증이기도 하다. 해마다 학생 수가 줄어들고 시골로 갈수록 문을 닫는 학교가 속출하고 있다. 대학 역시 해마다 정원을 채우지 못해 폐과를 하고 퇴직 교수 빈 자리를 채우지 않는 학교가 늘어나고 있다. 철밥통이라고 여겼던 교직이 사기업처럼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지대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왜 이렇게 출생률이 떨어지고 ..

금세 봄이 온 듯 기온이 마구 올라가더니 언제 그랬느냐는 듯 갑자기 또 쌀쌀해졌다. 아직 꽃을 피울 시기가 아니었다. 수리산 둘레길을 걷는 도중 뜻하지 않은 손님을 만났다. 그것도 한 곳이 아닌 두 군데서나. 진달래, 영어로는 azalea. 진달래꽃은 어릴 때 시골에서 '참꽃'이라 불렀다. 그냥 먹기도 했고, 어른들은 술을 담가 먹기도 했다. 이번 봄 들어 만난 꽃은 세 가지. 가장 먼저 동네에서 만난 산수유꽃. 어제 산에서 만난 생강나무꽃. 그리고 자다가 놀란 듯 성급히 얼굴을 드러낸 진달래꽃. 여기저기서 꽃을 피우니 바야흐로 봄이 왔음을 실감한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유홍준의 에 나오는 말로 내가 좋아하는 문구이기도 하다. 생강나무를 처음 접한 것은 오래 전 산악회를 따라 어느 산에 갔을 때이다. 그때만 해도 노란색이면 모두 산수유꽃인 줄로만 알고 있었다. 산행 길에 만난 생강나무꽃을 보고 "산수유"라 얘기했더니, 일행 중 한 명이 "아마도 생강나무일 것"이라며 귀띔을 해 주었다. '생강나무'의 존재를 처음으로 알게 된 순간이었다. 그날 이후 생강나무와 산수유의 차이를 찾아보고, 실제 나무를 비교해 보곤 했지만 여전히 식별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시행착오를 거듭한 결과 이제는 두 나무의 차이를 머뭇거리지 않고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본격적인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학생들에게 종종 묻곤 했었다. '선진 시민'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겠느냐고. 그럴 때면 학생들은 저마다 생각하는 바를 피력했다. '선진 시민(先進市民)'이란 무엇일까? 사전을 찾아보면 '선진국의 시민. 생활이나 의식의 수준 따위가 다른 사람들보다 앞서 있는 상태의 시민'이라 풀이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를 간단히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일까? 나는 그 사회가 기초질서(또는 공중도덕)를 얼마나 잘 준수하느냐를 보면 금세 알 수 있다고 본다. 기초질서는 한 마디로 '다른 사람에게 폐(불편)를 끼치지 않는 것 또는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라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정상적인 이성을 지닌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킬 수 있는 것들이다. '침을 뱉지 말자', '담배 꽁초나 쓰레기를 아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