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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고등학교 2학년 중반까지만 해도 나는 매우 왜소한 아이였다. 음식 또한 가리는 것이 많았다. 그 중에서도 육류는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 이후 몸이 자라면서 다소 나아지긴 했지만 내가 선호하는 음식은 여전히 채소나 해산물 쪽이었다. 고기가 있으면 조금 흉내만 낼 뿐 일부러 찾아서 먹지는 않는다. 최근 들어서는 그마저도 멀리하고 있다. '공장식 축산'에 관한 글을 읽고 나서부터이다. 문명의 발달, 인구 증가와 더불어 고기 수요가 넘쳐나다 보니 방목 형태의 축산으로는 도저히 수급을 맞추기가 어렵게 되었다고 한다. 이른바 '공장식 축산'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진열장에 전시된 고기를 보고 있으면 좁은 틀 안에 갇힌 동물들과 그들의 울부짖음이 떠올라 눈을 감게 된다. 성장 촉진을 위해 지속적으로 투여한다는 약물..

산수유 꽃이 막 피어나기 시작했다. 봄 소식을 가장 일찍 전하는 꽃은 개나리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님을 최근에야 확실히 알게 되었다. 식물에 관해 아무 것도 몰랐던 때에는(지금도 모르긴 마찬가지지만) 산수유와 생강나무를 전혀 구분하지 못했었다. 몇 년 간 관심을 갖고 지켜보다 보니 이제는 그 차이를 완전히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무엇이든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면 보는 눈이 달라지게 되고, 그 세계에 대한 지식도 그만큼 더 깊어지고 넓어지는 것 같다.

너도 나도 '사진작가'인 시대. 심미안만 있다면 손에 든 스마트폰만으로도 얼마든지 괜찮은 '작품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사진을 즐기는 이들이 많아진 만큼 사진가로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에티켓을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다. 언젠가 강원도 정선의 동강할미꽃을 찍는 사진 동호인들이 '작품'을 위해 함부로 자연을 훼손한다는 기사가 보도된 적이 있었다. 이는 비단 정선뿐만 아니라 지금도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노루귀가 꽃을 피우는 시기이다. 근래 들어 이 꽃을 촬영하는 사진 동호인들이 부쩍 많아졌다. 야생화 사진은 원 상태를 보존하는 가운데 촬영 활동을 이어가는 것이 기본적인 전제가 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일부 몰지각한 사진 동호인들은 자신만의 '그림'을 위해..

우리 사회는 유난히 나이에 민감하다. 만나자마자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이 고향 또는 나이인 것만 보아도 얼마나 거기에 집착하는지 금세 알 수 있다. 이를 두고 어느 학자는 '서열을 중시하는 수직사회이기 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리기도 한다. 내가 근무했던 직장에도 나이에 과도한 집착을 보이는 이들이 있었다. 무슨 얘기를 하다가 궁지에 몰리면 갑자기 "당신이 나보다 나이가 많아?"라며 주제와는 전혀 상관도 없는 소재를 들먹이거나, 상대방이 자신의 상사임에도 나이가 같다는 이유만으로 근무 기간 내내 단 한 번도 "OO님!"이라 호칭을 하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이들에게는 한결같은 공통점이 있었다. 좀처럼 다른 사람의 긍정적인 면을 인정하거나 칭찬할 줄 몰랐고 늘 무언가에 쫓기는 듯 초조하고 어두운 표정이었다는. ..

방송에서 올해 86세 어느 노가수의 노래를 들었다. 몸은 다소 불편했지만 내뿜는 목소리는 흐르는 세월을 무색케 했다. 힘과 바이브레이션 어느 것 하나 전성기에 조금도 못지않았다. 그럴 때 대중은 더 뜨거운 환호와 박수를 보내게 된다. 한때 감미로운 목소리와 가창력을 자랑하던 가수들이 세월과 더불어 급격히 퇴보하는 경우를 가끔씩 보곤 한다. 한편으론 자기 관리상의 문제일 수도, 다른 한편으론 건강 문제로 인한 경우가 있을 것이다. 어떤 가수는 자신의 목소리가 더 이상 듣는 이에게 감동을 주기 어렵다는 판단이 들면 스스로 은퇴의 길을 택하는 이가 있는 반면, 불러주는 곳이 있는 한 끝까지 무대를 고집하는 경우도 있다. 어느 길을 택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본인의 몫이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목소리와 가창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