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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직장 생활을 할 때 가장 큰 고역 중의 하나는 마음에 들지 않은 사람들과 밥을 먹으러 가는 일이었다. 더 큰 고역은 먹고 싶지 않은 메뉴를 타의에 의해 억지로 먹어야 할 때였다. 그보다 더 큰 고역은 누군가 끝도 없이 늘어놓는 재미없는 사설에 '마치 재미있다는 듯' 억지 반응을 보여야 한다는 점이었다. 계급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개인의 감정을 가감없이 노출한다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종종 나는 외부 약속이 있다는 핑계를 대고는 내가 먹고 싶은 메뉴를 찾아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밥을 먹으러 가곤 했었다. 우리 사회에서 '같이 밥을 먹는다'는 것은 친분 표시의 일환이지만, 조직 내에서의 그것은 친분과는 또 다른 문제였다. 누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함부로 내색을 하게 되면 어..

주변인들은 나를 보고 '재주가 많다'고들 한다. 글도 쓰고, 악기도 연주하며, 사진과 그림, 여행 등 다양한 취미 생활을 누리고 있음을 보고 하는 말이다. 게다가 운동과는 담을 쌓고 살아온 사람이 한때 풀코스 마라톤까지 완주했으니. 그들이 보기엔 '재주가 많은 사람'인지 모르지만, 나 입장에서 고백하자면 사실 그 중에 제대로 하는 건 하나도 없다. 그저 조금씩 흉내만 내는 정도일 뿐이다. 나는 태생적으로 단조로운 삶을 견디지 못한다. 매일처럼 하는 걷기 운동이나 가끔씩 즐기는 등산 역시 웬만하면 같은 코스를 반복하지 않는다. 그것은 바로 내가 지닌 남다른 호기심에 기인하고 있다. 언제가 마지막일지 모르는 우리네 인생. 내가 아무리 노력한들 스스로 경험할 수 있는 세상은 제한적일 수밖에. 그럼에도 반복적인..

오랜만에 만나 근황을 물으면 처음부터 끝까지 본인이 하고 있는 일 얘기만 늘어놓는 이들이 있다. 그럴 때 나는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곤 한다. 사업 관계로 만난 사이가 아닌 한 타인들이 내가 하는 일에 관해 궁금해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저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사는 이야기를 듣고 싶을 뿐이다. 일이 곧 자신의 정체성이라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만약 일이 자신의 정체성이라고 한다면 은퇴하고 난 뒤 그 사람의 정체성은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대화의 소재가 일에만 매몰되어 있는 사람은 인생의 유일한 관심사가 일뿐임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이들은 늘 무언가에 쫓기고 마음에 여유가 없다. 일과 돈만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한 죽을 때까지 그는 만족할 수 없고 행복이란 남의 일일뿐이다. 이를 방지하기..

나는 요즘 들어 뉴스를 거의 보지 않는다. 이렇게 된 지는 꽤 오래 되었다. 서로 '비즈니스 파트너'인 양 비춰지는 정치와 언론에 신물이 난 까닭이다. 우리네 정치는 언제부터 이렇게 극렬해진 걸까. 국민들의 선택을 통해 부름을 받고 국민들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것이 그들의 최우선적인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내 편, 네 편의 편 가르기에만 몰두할 뿐이다. 그들이 앞세우는 국정과제 어디에도 민생은 보이지 않는다. 그들이 핏대를 올리는 사안은 그들의 관심사일 뿐, 서민들의 삶에는 아무런 도움도, 관련도 없어 보인다. 일천한 우리의 현대사에 여와 야는 존재했지만 이토록 진영 싸움에만 당력을 집중하는 경우는 없었다. 한때 '대한민국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룩했지만 영화와 정치만은 후진성을 탈..

아이들이 다녀갔다. 어버이날을 하루 앞두고 아들과 며느리, 딸과 사위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어버이날의 유래를 사전에서 찾아보았다. '어버이 은혜에 감사하고, 전통사회 효(孝) 사상의 미덕을 함양하기 위해 정한 법정기념일. 1956년 5월 8일부터 기념해 온 '어머니날' 행사에서 시작되어, 1973년 3월 에 의해 법정기념일 '어버이날'로 확대·제정되었다. 이날은 어머니뿐 아니라 아버지를 포함한 부모와 노인공경까지 아우르는 효행의 미덕을 강조한 기념일로 확장되었다.' 라고 적혀 있었다.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세계 169개국에서 실시되고 있다고 한다. 취지에는 나 역시 공감한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자. 부모가 살아계시는 동안 자녀들은 그들의 생일을 챙기기 위해 일 년에 몇 차례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