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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아주 오래 전, 국내 아이돌 가수들의 공연을 보기 위해 일본에서까지 날아오는 한류 팬들을 보면서 참으로 대단한 열정의 소유자들이란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무엇보다 의아해 했던 것은 그들 대부분이 추종 가수의 엄마나 할머니뻘이라는 점이었다. 아니, 어떻게 동년배도 아니고 아들, 손자뻘 되는 젊은이들에게 저토록 빠져들 수 있는 걸까. 특이하다는 생각까지 했었다. 그때만 해도 우리나라는 비슷한 또래의 젊은 층이 팬덤의 주류를 이루고 있던 시절이었다. 그로부터 얼마쯤 지났을까. 어느덧 우리 사회에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코로나 기간을 전후해 부쩍 많아진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이 결정적인 기폭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 그와 같은 경쟁을 통해 탄생한 가수들마다 유례가 없던 엄청난 팬덤이 형성되기 ..

특별한 일이 없으면 아침마다 운동을 생활화하려고 노력 중이다. 운동을 생활화한다는 건 자신의 생활 전반을 통제해야 한다는 의미와 다름 아니다.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일이다. 시시각각 손을 뻗치는 악마의 유혹을 뿌리쳐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하는 운동이란 걷기이다. 갇힌 데서 하는 운동은 체질에 맞지 않아 자연을 보며 즐길 수 있는 형태를 즐기는 편이다. 집 바로 앞에 넓은 공원이 있지만 사람이 몰리는 데다 같은 장소를 쳇바퀴 돌 듯하는 단조로움이 싫어 나만의 코스를 지속적으로 개척하며 걷고 있다. 그러기에 내가 걷는 코스는 그날그날 다르다. 최근 가보지 못한 새로운 코스를 발견했다. 집에서 멀지 않으면서 산길을 경험할 수 있는 곳으로, 따가운 햇살을 피할 수 있는 숲까지 있으니 이보다 좋을 수 없다..

우리나라 정치사에서 발견되는 특이한 점이 한 가지 있다. 대권을 꿈꾸었던 인사들 중 적지 않은 이들이 그들의 꿈이 좌절되고 난 후, 6개월 혹은 1년 일정으로 해외 연수를 떠나는 모습이 판박이처럼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이 내세운 대로 순수한 '연수'의 목적인지, 잠시 머리를 식히기 위함인지, 아니면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진 자신들의 존재를 부각시키기 위함인지는 본인들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연수'를 떠난 이들에게서는 '이번엔 실패했지만, 다음 선거에서는 반드시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강한 확신'을 품고 있는 듯한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자신들은 그저 한두 번 재미로 출마해 보는 여느 군소 후보들과는 '급'이 다름을 마치 세상에 과시하는 듯한 느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신문이나 방송을 보면서 의문을 가지는 것이 하나 있다. 현재의 직업을 갖고 있음에도 왜 굳이 전前이라는 불필요한 접두어를 붙여 부를까, 하는 점이다. 예를 들어 OOO 前 대표, OOO 前 교수.. 하는 식이다. OOO 의원, OOO 작가 등으로 부를 수 있음에도 말이다. 호칭도 맞지 않는 데다 발음하기도 이만저만 불편이 아니다. 때로는 OOO 前 대표, OOO 前 교수라 불렀다가 또 때로는 현직인 양 OOO 대표, OOO 교수라 혼용하는 일이 허다하다. 물론 그들이 갖고 있는 마땅한 직함이 없다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본인들이 전임 자리를 떠난 지 오래 되었을 뿐더러 현재 별도의 직함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그냥 OOO 의원, OOO 작가라 부르면 자칫 그들의 격을 ..

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4년 전 판세와는 확연히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사람들이 동의하든 그렇지 않든 민주주의 사회에서 대중의 관심을 가장 크게 집중시키는 것 중 하나가 이번과 같은 전국적인 선거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정치가 국민들의 삶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그 반대의 측면도 간과하지 못한다. 그 중 하나가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내세우는 공약의 지나친 남발이다. 경쟁자들보다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서는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일부 동정 논리를 인정한다 해도, 문제는 그것들이 모두 다 국민들의 세금을 연료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각 지역마다 내세우는 후보자들의 공약을 보고 있노라면, 도대체 4년이라는 짧은 임기 동안 무슨 재주로 저 많은 약속을 다 실행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