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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아파트 지하에 주차를 하고 올라오려는데 주차장 바닥에 버려진 빈 물병과 플라스틱 커피잔이 눈에 띄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는 음료수 캔이 뒹굴고 있었다. 주차장을 이용하는 같은 아파트 주민의 소행임이 분명해 보인다. 저런 이들은 자기 집 거실이나 안방에도 저렇게 쓰레기를 버리는지 몹시 궁금하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시민의식에 높은 점수를 주기가 망설여진다. 우리 사회는 내 것과 남의 것을 대하는 태도에 너무나도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내 것은 생명처럼 아끼고 소중히 다루면서도, 남의 것은 얼굴이 화끈거릴 만큼 함부로 대하는 경우가 많다. 공중 화장실, 바닷가, 낚시터, 공원, 산 등 일일이 다 열거하기도 어렵다. '내 눈에만 안 보이면 그만', '우리 집 안방만 아니면 ..

실로 얼마만에 내리는 비인가? 통 신뢰할 수 없는 일기예보였기에 오늘 역시 변죽만 울리고 지나가다 보다, 라고 생각하는 순간, 거짓말처럼 비가 내렸다. 그것도 제법 많이. 자전거 타고 인근 농장에 상추 사러 가면서 비에 대한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은 터라 쏟아지는 빗줄기를 온몸으로 맞았다. 오랜만에 맞아보는 비인지라 얼마나 반갑던지. 내리는 비를 우산 없이 맞아본 것은 마라톤에 빠져 있던 시절 종종 雨中走를 즐긴 이래 처음이었다. 도시인들이야 비의 소중함을 알 리 없지만, 농민들에겐 속이 타들어갈 정도로 절박함의 대상이다. 금년 들어 모처럼 제대로 내리는 비. 오래도록 메마른 대지를 흠뻑 적셔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뜻하지 않은 일을 겪고 나서야 알았다. 공감의 힘이 크다는 것을. 진심을 담아 건네는 따뜻한 위로의 말 한 마디가 얼마나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실의에 빠진 당사자에겐 마음을 도닥여 줄 누군가의 격려가 절실하다는 것을. 그것들이 바로 세상에 혼자가 아님을 비로소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하다는 것을. 그것들을 통해 다시 털고 일어서는 발판의 계기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