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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에서 만나는 색다른 상차림

자유인。 2024. 10. 31. 04:58

 

내 삶의 위기가 시작되는 시점은 여러 가지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중 한 가지 지표는 내 이야기보다 남의 이야기가 내 삶에 많아지는 시점입니다.

하루를 돌이켜볼 때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시간보다

남의 생각에 기대어 남의 이야기를 하면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 내 삶을 한 번쯤 돌이켜볼 때입니다.

내 이야기를 만든다는 것은 내가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삶,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도전하면서 자기만의 삶을 살아간다는 의미입니다.

- 유영만, <이런 사람 만나지 마세요> 중에서 -

 

 

코로나 시국을 거치면서 우리네 경조사 문화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생겼다. 이전까지만 해도 기별을 받고도 가지 않으면 무슨 큰 죄라도 지은 양 불편했지만, 코로나를 지나면서부터는 안 가고 축의금이나 부의금만 전해도 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널리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꼭 참석해야만 하는 자리는 빠질 수가 없다.

 

지인 자녀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이전 살던 동네에서 이웃으로 만나 가족처럼 가까워진 사이라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온 가족이 참석했다. 모처럼 만나는 야외 결혼식이었다. 아무리 가깝던 이웃도 한 쪽이 다른 데로 이사를 가고 나면 점차 멀어지게 마련인데, 감사하게도 지금까지 인연이 이어지고 있다.

 

 

사랑은 교통사고와 같다고 했던가. 결혼에는 생각이 없다던 총각이 어느 날 헤어날 수 없는 사랑에 빠졌다. 그것도 외국인 이성과. 결혼 후 사는 곳도 멀리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한다. 부모 입장에서는 장가 못 가 애태우던 아들이 가정을 이룬 건 좋지만, 보고 싶어도 쉽게 볼 수가 없다. 무릇 가족은 이따금씩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목소리를 교환할 수 있어야 비로소 그리움이 해소된다는 측면에서 보면 앞으로 그들이 풀어가야 할 또 다른 과제인지도 모른다.

 

 

결혼식 풍경도 풍경이지만, 이날 내가 특별히 주목한 건 하객들을 위한 상차림이었다. 어느 결혼식을 가든 대체로 뷔페식이 주류를 이루는 데 반해, 여기는 특이하게도 개인별 상차림이었다. 다 같은 상차림이지만, 왠지 더 대접받는 느낌이라고 할까. 여러 결혼식을 다니다 보면 이런 게 자연스레 세상 공부가 되기도 한다.

 

 

사업을 하든, 요식업에 종사하든, 아니면 또 다른 직업에 종사하든 내 것만 고집하기보다는 남의 것을 지속적으로 살피고 관찰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창조는 모방으로부터 출발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이날은 점심과 저녁 두 군데나 연속으로 혼사가 이어져 있었던 까닭에 점심을 먹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곧바로 또 저녁 식사를 하다 보니 소화기관에 적지 않은 무리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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