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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에 관한 추억

자유인。 2024. 10. 30. 03:16

 

 

얼마 전 대대적으로 집안의 조명을 바꿨다. LED라고 하는 것인데, 형광등에 비해 밝기도 밝고 수명도 더 길다는 얘기를 듣고 오랜 고민 끝에 결단을 내렸다. 수명은 좀 더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을 테고, 밝기 면에서만 본다면 어느 정도 맞는 것 같다. 공사를 하기 전 몇 군데를 알아봤는데, 소매점에서는 턱없이 비싸게 부르는 반면, 도매점에서는 그 반값에 해줄 수 있다고 해 고무줄 가격에 놀라기도 했다.

 

고향 마을에 전기가 들어온 건 내가 중학교에 들어간 그해 가을 9월이 되어서였다. 이전까지는 호롱불이나 촛불, 그보다 상위 단계로는 남폿불(램프)에 주로 의존했었다. 처음 전기가 들어오던 날 마루에 불과 5와트짜리 전구를 켰는데도 우리 집 마당은 대낮처럼 밝았다. 해방을 맞은 기쁨이 그러했을까. 반백 년의 세월이 흘렀건만 그때의 감격은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그렇게 오랫동안 어두운 조명 속에서 지냈건만 그때는 안경 쓴 아이들이 거의 없었다. 내가 있던 학년의 경우 한두 명이 고작이었다. 전기 문명이 들어오면서 조명은 전에 비해 더없이 밝아졌는데도 시력들은 오히려 더 나빠졌다. 이제는 안경 안 쓴 아이들보다 쓴 아이들을 찾는 게 더 쉬울 만큼. 어쩌면 각종 영상물을 접하는 빈도가 그만큼 많아진 데서 직접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책을 즐겨 보는 나로서는 조명에 민감하다. 집에서 독서를 할 때는 스탠드 조명을 별도로 켜지만, 인공조명은 성능이 아무리 우수한들 오래 있으면 쉬이 눈이 피로해진다. 무엇보다 빛의 반사와 산란이 심하다.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서도 종종 책을 보곤 하는데, 그곳 역시 책을 읽기엔 조도가 너무 낮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좋은 조명은 자연광을 따라갈 수 없다. 날씨 좋은 요즘엔 야외 한적한 나만의 장소를 찾아 책을 읽기도 하는데 집에 비하면 한결 집중도가 높다. 그렇다고 매번 자연광만을 이용할 수도 없으니 알면서도 달리 대안이 없다는 슬픈 현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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