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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나는 인도란 나라를 두 번 가보았다. 현지에 도착 후 가장 먼저 놀랐던 것은 거리의 풍경이었다. 차선 구분도 없이 사람과 차가 한데 뒤섞여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또 하나는 후미경(rearview mirror)도 없이 거리를 달리는 자동차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점이었다. 운전 도중 룸미러나 후미경을 통해 주위를 살피는 것은 안전을 위해 필수적인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아무런 불편 없이 잘도 달렸다. 처음엔 주인의 기호에 따라 일부러 제거했겠거니 생각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출고 시점부터 아예 후미경이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호텔 뭄바이'란 영화를 감명 깊게 보았다. 2008년도에 발생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탄탄한 구성에 긴장감과 박진감이 적절히 잘 어우러진 영화였다..

모르는 걸까? 알고도 모른 척하는 걸까? 본인이 내뱉은 말에 책임을 지지 않고 어물쩍 넘기는 경우가 있다. 한 번, 두 번 그런 일이 반복되면 그는 더 이상 상대방에게 믿음을 주지 못한다. 내가 한 약속은 어떤 형태로든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

나는 나다니는 걸 좋아하지만 가능하면 혼자 있는 시간을 더 즐기는 편이다. 사람 만나는 걸 좋아했던 한때는 앞장서서 모임을 만들고 만남을 주선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런 것들이 다 부질없는 짓임을 알게 되었다. 만나면 서로가 조금은 깊이 있는 얘기도 나눌 수 있고 무언가 배우는 바도 있어야 할 텐데 지나치게 소비적이고 소모적인 방향으로만 흐를 때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본의 아니게 혼자 있어야 할, 아니 혼자 있을 수밖에 없는 요즘은 그와 같은 정서가 내 생활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되고 있다. 오롯이 나의 의지에 따라 운동하고 싶을 때 운동할 수 있고, 누군가 만나고 싶을 때 만날 수 있으며, 읽고 싶은 책 원 없이 읽을 수 있으며, 보고 싶은 영화도 원 없이 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한때는 나도 책을 한번 써봐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세월이 지나 돌아보니 그것이 얼마나 주제넘은 생각인지를 깨달았다. 행여나 실행에 옮겼다면 두고 두고 후회할 것 같았다. 책을 열심히 읽는 편이다. 좋은 책들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책들도 적지 않다. 이런 내용을 가지고, 이런 허접한 문장력으로 왜 굳이 출판까지 할 생각을 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의 책을 접할 때면 마음이 영 편치 않다. '기념' 목적과 '판매' 목적의 책은 엄격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전자의 경우야 전적으로 개인의 선택 영역이지만 후자의 경우 최소한의 '기본'은 갖추는 것이 독자에 대한 예의일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 여행 관련 책을 읽다가 몇 페이지 넘기지 못한 채 이내 덮고 말았다.

다른 사람들이 세워 놓은 질서에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의 질서를 발견하는 것, 그것을 나는 자유라 부른다. - 류시화의 중에서 - 여행은 그 자체로도 좋지만, 그것을 기억할 수 있는 상징적인 무언가를 간직할 수 있다면 보다 생명력을 지닐 수 있지 읺을까. 코로나가 발생하기 2년 전 온 가족이 러시아 여행을 갔던 때 모스크바 시내 스타벅스에서 구입했던 머그잔.. 여태 장식장에 모셔만 두고 있다가 이제야 비로소 커피잔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나는 이렇듯 요란하지 않고 소박한 상징물들을 선호하는 편이다. 장식용으로도 좋을 뿐더러 생활 소품으로도 그만인. 여행을 다니다 보면 머릿속으로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것들을 눈 앞에 마주하게 되는 기쁨을 만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