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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내가 전화할게'라는 말을 남기고 헤어진 이들이 전화를 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언제 밥 한번 먹자'며 말을 건넨 사람과 밥을 먹은 적은 더더욱 없었다. '언제 술이나 한잔 하자'며 인사한 사람과 술을 같이 마신 경우 역시 단 한번도 없었다. 어쩌면 그들은 자신들이 그런 말을 한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왜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거듭하며 살아가는 걸까. 그로 인해 상대방은 자신에 대해 얼마나 많은 실망감을 느끼는지 알기나 할까. 몇월 며칠 시간이 되는지 물어봤으면 좋겠다. 이번주, 혹은 다음주 무슨 요일에 연락하겠노라고 구체적으로 말했으면 좋겠다. 그런 게 아니라면 '전화하겠다'는 빈말일랑, '술이나 한잔 하자'는 빈말일랑 '밥이나 같이 먹자'는 빈말일랑은 차라리 하지를 말자. 그대가 ..

함께한 시간이 길어도 왠지 거북한 이들이 있다. 함께한 시간은 길어도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이들이 있다. 함께한 시간이 길어도 말 한 마디가 영 조심스러운 이들이 있다. 결국 나와는 궁합이 맞지 않는 것이었다. 전도가 유망했던 한 젊은이의 재판 결과가 눈에 띈다. 왜 그랬을까? 세상이 납득할 수 없는 개인의 감정만으로 판을 바꾸겠다는 생각이 얼마나 무모한 행동인지를.. 길을 걷다 불현듯 그 길에 묻어 있는 나와의 추억이 생각난다며 지인이 전화를 걸어왔다. 이런 감동이 ...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 중학교에 막 들어갔을 무렵이었다. 같은 마을에 살던 큰집 다락에 들어갔다가 LARK이라고 하는 미국 담배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당시 경찰 공무원이었던 큰아버지께서 어디선가 받아온 것인 듯했다. 그때부터 시작된 담배 수집 취미. 국내에 나오는 웬만한 담배는 거의 다 모았다. 외국 출장을 다니면서도 기회가 닿는 대로 그 나라의 담배 역시 열심히 수집했다. 담배를 모은다니 다들 신기해했다. 담배를 피우지도 않는 사람이 그런 취미를 갖고 있다니 더더욱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나라마다 독특한 디자인이 나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우리나라 담배 디자인은 다소 단조로운 반면 유럽의 그것들은 상대적으로 색감이 화려한 편이었다. 하지만 어느 때부터인가 수집 활동..

남의 일인 줄만 알았던 정년퇴직이 비로소 현실이 되었다. 긴 세월 별다른 사고 없이 여기까지 올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한 일이다. 사람인 이상 다른 한 편으로 서운한 마음도 없지는 않다. 아직은 더 충분히 일할 수 있음에도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 사회가 나를 강제로 밀어내는 데 대한... 그러나 나이 든 세대가 물러나야 후배들의 길도 열린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주어진 현실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게 도리인 듯하다. 35년이란 세월 .. 결코 간단치 않았다. 거기에서 아이들을 낳고 출가까지 시켰다. 지금껏 한결같은 마음으로 남편과 아이들을 뒷바라지해 준 아내가 고맙다. 바르고 선한 인성으로 잘 자라준 아이들도.. 새롭게 펼쳐질 제2의 인생. 그것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를 고민해 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