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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친구와 산행을 했다. 하산 후 뒤풀이 자리에서 언짢은 일이 있었다. 내색하지 않았다. 헤어진 후 친구가 마음이 무겁다는 문자를 보내왔다. 본인도 알고 있다는 의미였다. 알면서도 행하지 못하고 그래서는 안 되는 줄 알면서도 무심코 또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는 존재 - 그것이 바로 우리네 인간인지도 모른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존중받기를 원한다. 그것이 무시당했을 때 불쾌한 기분을 가진다. 뒤늦게 산행 중 함께 찍은 사진을 보냈다. 친구가 답장을 보내왔다. "몇 번 전화했는데 안 받아서 내가 또 실수한 게 있나 반성하고 있네." 예전의 나였으면 즉각 반응했을 테지만 이렇듯 때로는 침묵이 더 나은 처방일 수도 있음을...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까지만 해도 다들 축의금이나 부의금을 얼마씩 하는지 알지 못했다. 내가 찾아가야 할 자리라면 그저 나의 기준에 맞추어 내기만 했을 뿐. 어머니 장례를 치르면서, 아버지 장례를 치르면서 비로소 그 실체를 처음으로 알 수 있었다. 아이들 혼사를 치르고 난 뒤엔 더 명확히 알게 되었다. 나와 그들의 관계가 어떠했는지, 그들이 나에게 어떤 사람들이었는지도. 경험하지 않으면 알지 못한다. 아무리 책을 통해 배웠어도 ..

우리 모두는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세상에 홀로 남겨진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그 누구도 그 외로움을 함께해 줄 수는 없다. 그 순간을 위해 미리 사귀어 놓아야 하는 평생의 친구 이름이 바로 '취미'라고 한다. - 연준혁의 중에서 - 음식도 먹어본 사람이 먹을 줄 알고, 옷도 입어본 사람이 입을 줄 알며, 놀이 역시 놀아본 사람이 제대로 놀 줄 안다고 했던가. 시간이 주어져도 무료함을 견디지 못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딱히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현업에 있을 때는 일이 그 자리를 대신해 줄 수 있지만, 그 시기가 지나면 대체물이 없어진다. 시간과 돈만 있으면 취미는 언제든지 만들 수 있다고 착각하는 이들이 있다. 결코 그렇지 않다는 걸 현실을 마주하게 되는 순..

우리는 꿈을 먹고 산다. 그 꿈이 구체적으로 무언지는 모르지만 '오늘보다는 좀 더 나은 내일'을 위한 것임에는 틀림이 없으리라. 그러나 보이지 않는 미래의 꿈에만 매몰되어 오늘을 도외시하는 것도 그다지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는다. 인생은 단 한 번 뿐이기 때문이다. 방송에서 어느 연예인의 이야기를 보았다. 주식으로, 예금으로 남부럽지 않은 부를 축적했다고 했다. 은행엔 오로지 예금을 위해서만 갔지 통장에 있는 돈을 인출하러 간 적은 없노라고. 전기세가 아까워 제대로 등을 켜지도 못하고 수도세 때문에 함부로 물을 낭비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식당에 가도 저렴한 음식만을 찾고 이동수단 역시 대중교통만을 이용한다고 했다. 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아무리 절약이 좋다지만 아끼는 것만을 인생 최고의 덕목으로 삼는다면 ..

출퇴근길이면 지나게 되는 화훼단지가 있다. 적지 않은 이들이 30년 이상을 생업의 터전으로 삼아온 곳이다. 머지않아 개발이 되려는지 곳곳에 현수막이 드리워져 있다. '사생결단', '죽어도 못 나간다' 등등 ... 우리나라에서 '개발'이란 기존의 터를 없애고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조성하겠다는 의미와 다름 아니다. 정부의 의지인지, 정치인들의 공약인지, 아니면 쉼 없이 수익을 추구해야 하는 건설회사의 뜻인지는 모르지만 도처에 너무 개발의 논리만 앞세우는 것 같다. 숨쉴 곳이 필요하지 않은가. 지금처럼 메워나가기만 한다면 종국에 남을 땅은 어디인가. 우리 세대만 살고 폐기할 생각인가. 제한된 국토, 그만 메우자. 사람 사는 아파트를 위한 것이라면. 온 나라를 뒤덮은 아파트 건축물들이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는 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