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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의 아름다운 세상

나 역시 한때는 그들의 열렬한 팬이었다. 퇴근 후 가장 편안한 자세로 텔레비전 중계를 통해 그들의 화려한 경기를 보는 것이 하루의 즐거움 중 하나였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외국인 선수 못지않은 실력과 파괴력을 겸비한 그들은 오늘날 우리 여자 배구가 인기 스포츠로 떠오르게 한 주역들이었다. 언젠가부터 언론을 통해 노출되기 시작한 누군가를 향한 저격. 자세한 내부 사정은 알 수 없었지만 공개적으로 내뱉는 문구로는 표현이 다소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세 가지 불행'이 있다고 했다. - 초년출세, 중년상처, 노년빈곤. 결국 초년출세가 그들의 앞길을 막고 만 셈이다. 여론에 떠밀려 억지로 사과를 한다 한들, 그것이 얼마나 진정성이 있을까. 올바른 인성을 가르쳐 줄 어른들이 그들 옆에는 없었던 것 ..

코로나 확산 방지 대책의 일환으로 요식업소는 9시까지만 손님을 받고 그 이후에는 포장만 허용한 지 꽤 시간이 지났다. 평소 같으면 한창 손님들로 북적일 시간에 서둘러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9시에 문을 닫으면 적어도 두세 시간 전에는 입장을 해야 여유롭게 식사를 즐길 수 있을 텐데, 임박해서 들어갈 경우 주인이나 손님이나 불안하긴 마찬가지이니 7시 무렵부터 손님 발길은 이미 끊어질 수밖에. 포장 손님 역시 별로 없다 보니 대부분의 가게들이 9시면 문을 닫고 있는 실정이다. 그 시각 이후 거리에는 오가는 차량만 눈에 띌 뿐 행인들의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한민국의 하루가 일찍 저물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란 무엇일까? 단언컨대, 그것은 바로 '내가 맛있는 음식'이다. 남이 아무리 맛있다 한들, 내 입맛에 맞지 않으면 '맛없는 음식'일 뿐이요, 다른 사람이 아무리 맛없다 한들, 내가 맛있으면 그것은 '최고의 음식'인 것이다. 인터넷이나 방송을 통해 전해지는 '맛집'은 대부분 특정인의 주관에 따른 평가이기에 제3자로서는 참고만 할 뿐이다. 거기에 현혹되었다가 뒷목을 잡은 경우 얼마나 많던가. 오랜만에 괜찮은 '맛집'을 발견했다. 부대찌개를 전문으로 하는 이 집은 가격도 그만하면 착하고 양도 푸짐한 데다, 맛 또한 일품이다.

바야흐로 설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코로나로 인해 친인척이 한 자리에 모이는 명절 풍경은 보기 어려울 것 같다. 명절은 본래의 의미 이외에도 평소 고마웠던 이들에게 마음을 전하는 날이라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는 나에게 보내오기도 하고, 나 또한 전하기도 한다. '마음을 전한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혹자들은 말만으로도 그 의미는 충분하다 생각하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왠지 진정성이 부족해 보인다. 때로는 '뇌물'이라는 이름으로 폄하될 때도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해관계가 결부되어 있을 경우에 국한된 일이다. 서로 간에 선물을 주고받는 건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인가. 나의 기준은 '고마움의 표현은 물질과 함께', 그리고 '너무 과하지 않게, 너무 초라하지 않게'이다. 도를 넘는 선물이..

언젠가 유럽 어느 나라에 갔을 때 일이다. 가게들이 점심 시간이면 문을 닫고 저녁에도 일찍 문을 닫는 광경들을 보고 매우 의아해했던 기억이 있다. 우리 나라의 경우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점심 시간은 물론 늦은 밤까지 문을 여는 것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요식업의 경우 하루 매출의 상당 부분이 늦은 저녁 시간에 일어나는 걸 감안하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1년이 넘게 이어지는 코로나 사태로 우리네 저녁 풍경이 유럽의 그것을 닮아가고 있다. 이른 새벽까지 꺼질 줄 모르고 불야성을 이루는 한국의 밤 풍경은 외국인들에게는 자못 신기한 문화 충격이었다. 바야흐로 그것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에 따라 5인 이상 집합 금지, 저녁 9시 이후 매장 내 ..